도가니탕, 관절연골에 좋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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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탕에 들어 있는 말랑하고 투명한 도가니는 살코기 부위보다 질기지 않고 부드러워 필자도 좋아하는 보양식 중 하나다. 수년 전 필자가 한쪽 무릎인공관절 수술을 해드린 아버님과 식사를 하다가 소의 도가니가 사람의 무릎 관절 연골과 비슷해 퇴행성관절염에 좋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셨다. 이는 과학적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도가니가 퇴행성관절염에 좋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사람의 관절 성분과 유사한 콜라겐 등이 도가니에 많이 함유돼 있지만 인체로 흡수될 경우 무릎 관절 연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양질의 단백질과 콜라겐을 섭취하는 것은 건강에 해로울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무릎 관절 연골은 한번 손상되면 자연적으로 재생될 수 없는 신체부위다. 따라서 연골이 음식을 섭취한다고 재생될 리 없다는 것이 학계 내 중론이다. 무릎 퇴행성관절염을 예방하기 위해 규칙적인 식사와 꾸준한 운동으로 정상 체중을 유지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또 항염(抗炎) 작용이 있다고 알려진 식품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무릎 퇴행성관절염은 병의 진행 경과에 따라 치료법이 결정된다. 초기 단계 무릎 관절염 환자들은 소염진통제를 처방받는다. 연골주사 또는 ‘뼈주사’라고 부르는 히알루론산 주사나 스테로이드 주사를 보조적으로 사용한다. 이런 보존적 치료 요법은 단시간에 빠른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증상이 심해지면 효과가 없거나 반복하다 보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무릎 관절의 연골 마모가 심해지고 중증도 이상으로 증상이 악화돼 기존 방법으로 통증 조절이 어렵거나 기능적 문제가 심해지면 인공관절 수술과 같은 수술적 요법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수술적 요법을 모든 퇴행성관절염 환자들에게 시행할 순 없다. 인공관절의 수명은 15 년 정도다. 상대적으로 연령이 낮은 50, 60대의 젊고 활동이 왕성한 환자들은 마모나 파손 등으로 인공관절의 수명이 짧아질 수 있다. 그만큼 인공관절수술을 가능한 한 늦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환자의 증상과 관절염의 진행 정도에 따라 인공관절수술 이외에 다양한 치료법이 도입됐다.

하지만 나이와 회복 기간 등으로 수술에 큰 부담감을 느끼는 환자들은 수술을 미루거나 포기하게 되고 뚜렷한 치료법 없이 증상이 악화됐다 완화되기를 반복한다. 즉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치료 공백’을 갖게 된다.

과거에는 ‘치료 공백’을 막기 위한 효과적인 약이 없어 관절염 초기 단계부터 받아오던 주사나 약물 등을 사용하면서 일시적으로 통증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사만으로 관절염을 치료하는 유전자 치료제가 나와 환자들의 고통이 많이 줄고 있다. 미래에는 영화처럼 인공지능 의료기구나 유전자 주사가 노화되고 손상된 조직을 복원하는 날이 오면 무릎을 수술하는 정형외과 의사가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다.

유재두 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 교수
#헬스동아#의학#건강#관절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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