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어린이집들도 구청이 실내공기 관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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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m² 미만은 측정의무 없어… 영세 어린이집들 점검 소극적
강동구, 8월까지 공기질 측정… 모범사례 선정해 공개 예정

“혹시 유아용 가구 새로 들여놓으셨거나 페인트칠 새로 했나요?”

7일 오후 서울 강동구 A어린이집. 실내 공기질을 측정하던 강동구 맑은환경과 이정미 주무관이 원장에게 물었다.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농도가 환경부 권고 기준치(m³당 400μg 이하)를 넘은 것이다. 원장은 “아이들이 갖고 논 장난감을 소독했다. 친환경 소독제를 썼는데…”라고 답했다. 에어컨을 트느라 창문을 모두 닫고 장난감을 소독한 게 원인이었다.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어 30분 정도 환기하자 VOCs 농도는 기준치 이하로 떨어졌다. 이 주무관은 “새로 산 장난감이나 매트는 통풍이 잘되는 곳에 둬야 한다. 친환경 소독제를 사용했더라도 닦은 후에는 반드시 30분 이상 환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계절이 바뀌면서 실외 (초)미세먼지 ‘공포’는 한결 가셨다. 그렇다면 실내 공기는 어떨까. 미취학 아동이 오래 머무는 어린이집은 바깥 미세먼지 때문에 대부분 창을 닫아놓는다. 에어컨을 틀게 되는 여름철에는 더하다. 이럴 경우 VOCs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져 아이들이 두통이나 호흡곤란을 호소할 수 있다. 가구 마감재나 장난감 접착제 속 포름알데히드나 벤젠 같은 VOCs는 악취를 유발하고 오래 접촉하면 인체에 장애를 일으킨다.

현행 실내 공기질 관리법에 따르면 면적 430m² 이상인 어린이집은 1년에 한 번 실내 공기질 측정 결과를 ‘어린이집 유치원 통합정보공시’ 사이트에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작은 어린이집은 그럴 의무가 없다. 아파트를 개조한 어린이집이 대부분 그렇다.

서울 강동구는 이 같은 소규모 어린이집의 공기질을 측정하고 유해 원인을 찾아주고 있다. 8월까지 구내 어린이집 264곳 가운데 202곳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공기질은 보육실과 거실을 중심으로 측정한다. 보건환경연구원에 자문해 구입한 1000만 원짜리 측정장비가 1분 간격으로 미세먼지 및 VOCs, 이산화탄소 농도와 온도, 습도를 잰다.

결과가 나오면 어린이집 교사와 면담해 오염물질 발생원을 찾는다.

VOCs 수치가 높게 나왔다면 페인트, 살충제, 소독제를 사용했는지, 최근 수리나 공사를 했는지 묻는다. 이후 특정 장소나 기물에 측정기기를 가까이 갖다대거나 오염원으로 의심되는 물건을 밖에 내다놓은 뒤 수치 변화를 확인한다. 이산화탄소 수치가 높다면 조리법을 들여다본다. 최근 다른 어린이집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간식용 계란을 삶을 때 레인지후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후드 사용, 조리시간 단축, 식사 후 환기를 권고했다.

다만 구에서 권고해도 어린이집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를 제재할 방법은 없다. 구 관계자는 “환기의 중요성은 알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잘못된 청소법이나 무심코 놓친 오염원을 알려줘 스스로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는 점검 결과를 토대로 공기질이 좋은 어린이집을 선정해 공개할 계획이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구청#실내공기 관리#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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