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트럼프 동선부터 회담비용 분담까지 디테일 조율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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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6·12회담 본궤도]北-美 싱가포르서 의전협의 착수

2015년 2월 전용기를 타고 창밖을 바라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 출처 노동신문
2015년 2월 전용기를 타고 창밖을 바라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 출처 노동신문
29일 오후 싱가포르의 대표적 휴양지 센토사섬의 카펠라호텔.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에 나선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이끄는 미국 협상팀이 묵는 곳으로 알려진 이 고급 호텔의 경비는 30도 가까운 폭염 속에서도 삼엄했다. 호텔 관계자는 “(회담 사흘 뒤인) 15일까지 모든 예약이 꽉 차 있다”면서 기자가 아예 차량에서 내리지 못하게 막았다. 이유를 묻자 “보안 때문”이라고 짧게 답했다. 6·12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다가온 싱가포르 현지의 긴장감은 벌써부터 팽팽했다.

○ 카메라 각도부터 비용 분담까지 전방위 논의

‘김정은 집사’로 불리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과 헤이긴 부비서실장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은 이날 싱가포르 모처에서 만나 실무 접촉을 했다. 2주도 남지 않은 정상회담을 위한 의전·경호 협상이 막을 올린 것이다.

‘비핵화 해법’이란 의제가 아니라 회담이라는 이벤트를 위한 접촉이지만 판문점 접촉 못지않은 신경전도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두 회담을 통해 성공했다는 이미지를 대외에 각인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사진을 찍으면 키가 큰 트럼프(188cm)가 김정은(170cm 전후)을 누르는 분위기가 나올 수 있어 북한의 고민이 클 것”이라며 “사진 및 영상 촬영 각도나 동선을 세심하게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비용 분담 문제도 실무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보통 정상회담은 현지 국가가 경비를 대는 것이 관례이지만 이번엔 제3국에서 열리는 터라 장소 대관비뿐만 아니라 오·만찬이 열릴 경우 식사비도 분담할 것으로 보인다.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4·27 남북 정상회담 때는 우리가 54억 원의 경비를 부담했다. 한 정부 당국자는 “이동, 숙박은 각자 분담하고 만찬 등은 공동 부담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정부 부담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실무회담을 위해 북측은 대표단 8명이 중국 민항기를 타고 왔으며, 미국은 전용기를 타고 30명이 싱가포르를 찾았다. 규모나 교통편을 볼 때 북측 대표단이 ‘초라’한 셈이다. 하지만 실제 회담에서는 김정은이 대규모 수행단을 이끌고 고급 호텔을 이용하며 위세를 과시할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 때처럼 경호 인원들이 김정은의 차량을 에워싸며 뛰어가는 장면도 연출될 수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미국이 정상회담 비용을 북한과 나눠 낸다고 발표하겠지만 북한이 비핵화에 성의를 보일 경우 대신 내주거나 미국이 북한을 ‘초청’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부담을 덜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 4758km 김정은 특급 이송 작전

평양과 싱가포르의 직선거리는 약 4758km다. 김정은은 7, 8일 북-중 정상회담을 위해 전용기인 ‘참매1호’(IL-62)를 타고 평양과 직선거리로 359km인 다롄(大連)을 큰 탈 없이 다녀왔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이보다 13배 이상 멀다.

참매1호는 항속거리가 1만 km인 것으로 알려져 싱가포르까지 논스톱으로 갈 수 있다. 그러나 경호 인력 등을 포함해 최소 100명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수행단이 탑승할 별도의 여객기와 방탄 전용차 등을 태울 수송기가 함께 이동하는 것을 감안하면 중국 남부를 경유할 가능성이 높다. 수송기(IL-76)는 항속거리가 4000km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싱가포르로 향할 경우 김 위원장과 함께 ‘공군 1호기’를 함께 타고 가 ‘역사적 그림’을 만들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온다.

2011년 말 집권한 김정은이 중국을 제외하고 제3국에 처음 공개 방문하는 만큼 북한은 극히 예민한 경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회담이 열리는 행사장 외곽은 싱가포르의 특공대와 경찰에 맡기되 내부는 북한 974부대, 호위사령부(963부대) 요원들과 미국 비밀경호국(USSS) 요원들이 공동 경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싱가포르=유승진 채널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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