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덕 “요즘 한화 맛있는 야구? 이제 70%… 아직 멀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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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리더십’ 한용덕 감독

올해 프로야구 한화로 돌아와 승리 DNA를 불어넣어 주고 있는 한용덕 감독의 신념은 ‘그라운드 위의 주인공은 감독이 아닌 선수’이다. 19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만난 한 감독은 “선수들이 나래를 펼칠 토대를 만들어주는 게 감독으로서 욕심이라면 욕심이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올해 프로야구 한화로 돌아와 승리 DNA를 불어넣어 주고 있는 한용덕 감독의 신념은 ‘그라운드 위의 주인공은 감독이 아닌 선수’이다. 19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만난 한 감독은 “선수들이 나래를 펼칠 토대를 만들어주는 게 감독으로서 욕심이라면 욕심이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아직 70%입니다.”

19일 서울 강남의 선수단 숙소에서 만난 한용덕 감독에게 “요즘 한화 야구 볼 맛이 난다”고 덕담을 건네자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시즌 개막 전 꼴찌 후보로 꼽힌 한화는 19일 현재 4위(11승 10패)를 달리고 있다.

서균, 박상원 등 새 얼굴이 가세하고 송은범이 환골탈태한 불펜의 힘이 컸다. 선발진이 불안하지만 불펜이 KBO리그에서 가장 긴 83과 3분의 1이닝을 버텨 주며 팀의 11승 중 6승을 챙겼다. 불펜 평균자책점은 4.00으로 1위다. 새 외국인 타자 호잉은 한 감독이 ‘대박’이라고 할 정도로 공수주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선수들이 똘똘 뭉쳐 지난해 통합 챔피언 KIA를 상대로 6년 만에 스윕승을 올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더 잘할 수 있다”며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한 감독이 지닌 믿음의 리더십 아래 수년 동안 켜켜이 쌓인 한화 선수들의 패배의식도 서서히 걷히고 있다. 선수들의 눈빛에서 과거에는 보기 힘든 자신감이 읽힌다. 한 감독은 “부임 후 주눅 들어 있는 선수들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그라운드에서는 선수가 주인공이라는 분위기를 만들려 애썼을 뿐이다. 선수들이 잘 따라와 주고 있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달라진 한화는 현장에서도 쉽게 감지된다. 8일 1군 복귀전에서 역전승의 신호탄이 된 3점 홈런을 친 이성열은 더그아웃으로 들어와 한 감독의 가슴팍을 툭 치는 세리머니를 했다. 불펜의 새 얼굴 박상원은 17일 두산전에서 3구 삼진으로 고비를 넘긴 뒤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한 감독은 “파이팅 넘치는 모습들이 너무 보기 좋다”고 반겼다.

경기마다 일희일비할 법도 하지만 경기장에서만큼은 한 감독은 ‘포커페이스’다. 초보 사령탑이지만 남다른 경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한화와 두산 감독대행을 맡아 30경기 이상(16승 1무 14패) 팀을 지휘해본 그다. 선수로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동아대 시절 야구가 싫어져 공을 놓고 3년 동안 공사장 일용직 등 별의별 일을 하다가 연습생 투수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차곡차곡 오르다 한화에서 통산 120승을 올린 ‘레전드’가 됐다.

“야구만큼 소중한 게 없더라고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감독 자리까지 오른 것도 행복하고요. 이런 감정을 선수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요. 선수들이 나래를 활짝 펼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줘야지요.”

이제 전체 시즌의 15% 정도를 치렀을 뿐이다. 슬럼프가 찾아올 수도 있다. 18일 두산전에서는 실책을 연발하다 자멸했다. “선수들한테 티는 안 냈지만 속상해서 술 한잔하고 잤다”며 웃은 한 감독은 “잘한다는 얘기에 도취돼 마음이 붕 떴던 것 같은데, 한 팀이란 마음으로 평정심을 유지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팀’을 강조하던 한 감독은 한화를 되뇌다 “한화는 ‘하나’여야지요”라고 말했다. 일종의 언어유희였다. 기자가 ‘팬심’을 살짝 담아 10년 넘게 침체기를 겪은 “한화는 ‘화나’였다”고 받아치자 “팀 이름이 참 묘하다”며 크게 웃었다.

“선수를 믿어 주느냐 아니냐의 차이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 선수들을 여유 있게 봐주시면 여유를 갖고 자기 플레이를 하고 강팀도 될 겁니다. 덜 화나시고 정말 행복하게 ‘이글스라 행복합니다’라 노래 부를 수 있지 않을까요. 노력하겠습니다. 하하.”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프로야구#프로야구 한화#한용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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