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보다 비빔장… 죽보다 장조림… ‘곁다리’의 맛있는 반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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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밖으로 뛰어나간 비빔면 팔도 만능 비빔장 출시.’

지난해 4월 1일 식품전문업체 팔도의 공식 블로그에 팔도 비빔면의 소스(액상수프)를 별도로 출시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만우절을 기념해 회사 측이 재미 삼아 올린 글이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뜨거웠다. 뒤늦게 만우절 이벤트였다는 사실을 밝혔지만 비빔장을 따로 출시해 달라는 소비자의 요구가 빗발쳤다. 팔도는 결국 1984년 비빔면 출시 이래 처음으로 비빔면 소스를 단독 제품으로 내놓았다. 라면 수프를 라면과 떼어 별도로 출시한 건 업계에서도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팔도는 정식 판매에 앞서 맛을 강화한 소스 1000만 개를 시범 출시해 기존 비빔면 제품을 5개 이상 구매하는 고객에게 사은품으로 증정했다. 출시 당시 별도의 비빔면 소스가 포함된 제품은 순식간에 매진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팔도는 지난해 9월 비빔면 소스를 정식 출시했다. 1개에 소스 40g이 들어 있는 제품 10개를 묶어 4800원에 판매했는데, 출시 22일 만에 초도 생산 물량 15만 개가 모두 팔렸다. 이후 매달 평균 16만 개 이상씩 판매액을 올려 이미 100만 개 넘게 팔렸다. 팔도 관계자는 “메인 제품의 인기를 뛰어넘을 정도로 비빔소스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면서 “소비자 입맛이 다양해지면서 재료 상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소비자 입맛이 다양해지면서 식품업계에 이른바 ‘곁다리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곁다리 상품으로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은 팔도 비빔면 소스(위), 본죽 장조림(가운데), 죠스떡볶이 어묵티백. 각 업체 제공
최근 소비자 입맛이 다양해지면서 식품업계에 이른바 ‘곁다리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곁다리 상품으로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은 팔도 비빔면 소스(위), 본죽 장조림(가운데), 죠스떡볶이 어묵티백. 각 업체 제공
최근 식품업계에선 비빔면 소스처럼 메인 제품의 재료나 맛을 돋우는 용도로 쓰이는 이른바 ‘곁다리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12일 죽 판매업체 본죽에 따르면 죽 종류 제품 못지않게 반찬으로 제공되는 장조림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본죽을 운영하는 본아이에프 분석 결과 온·오프라인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쇠고기 장조림 판매량은 2015년 31만9295개에서 2016년 237만7702개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에는 331만9091개가 팔려 ‘곁다리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분식 전문업체 죠스푸드는 지난해 9월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에 ‘어묵티백’ 아이디어를 올렸다. 어묵 국물도 녹차나 홍차처럼 티백 형태로 돼 있으면 좋겠다는 발상이었다. 누리꾼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것이었지만 소비자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해당 제품을 실제로 출시해 달라는 댓글이 이어졌고 죠스푸드는 12월 어묵티백을 출시했다. 곁다리 상품으로 출시한 어묵티백은 판매 하루 만에 1만5000개가 모두 팔렸고 죠스떡볶이 매장에서 판매한 1만5000개도 지난달 모두 매진됐다.

이 같은 곁다리 제품들의 선전이 기존 제품 홍보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게 업체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팔도 비빔면의 경우 비빔면 소스 출시 이후 기존 제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 제품 매출이 2016년 460억 원에서 지난해 490억 원으로 7.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죠스떡볶이 관계자는 “어묵티백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다른 제품들을 구매하면서 매출이 소폭 신장됐다”면서 “무엇보다 브랜드를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곁다리 제품의 이 같은 인기는 1인 가구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다양한 소비자 취향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기성 제품을 활용해 자신이 원하는 맞춤형 음식을 만들어 먹는 모디슈머(Modisumer·수정하다의 Modify와 소비자 Consumer의 합성어)가 늘면서 기존 제품을 활용한 독특한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소비자 의견을 반영한 제품의 출시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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