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 광장 비우고 레드카펫-황금연단… 만찬장엔 트럼프 손녀 중국어 인사 동영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美中 정상회담]메뉴는 가정식 쓰촨 요리-생선찜

“시 할아버지, 펑 할머니 안녕하세요?”

9일 저녁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 공식 만찬장에 소녀의 앳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축사에 이어 트럼프의 깜찍한 외손녀 아라벨라(6)가 만찬장 무대 대형 스크린에 깜짝 등장해 유창한 중국어로 인사를 건넨 것이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자금성에서 시 주석과 차를 마시며 보여줬던 바로 그 영상이었다. 분홍색 치파오(중국 전통의상)를 입고 올림머리를 한 아라벨라는 중국 가요 ‘우리들의 들판(我們的田野)’을 부르고 송나라 때 한자 학습용 아동교재인 삼자경(三字經)과 고시를 읊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대견하다는 듯 지켜봤고 시 주석도 미소를 지으며 끝까지 영상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중국의 ‘황제급 의전’은 마지막 저녁 만찬까지 계속됐다. 만찬장인 인민대회당 황금홀 중앙은 크리스털 샹들리에로 장식됐고 주변으로 중국식 등불이 줄지어 달렸다. 홀 앞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는 시 주석이 올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초대를 받아 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했던 영상과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중 주요 장면이 담긴 영상이 재생됐다. 이날 만찬에는 전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야오밍(姚明)도 참석했다.

만찬에 참석한 샤오미(小米) 최고경영자(CEO) 레이쥔(雷軍)이 웨이보에 공개한 식단에 따르면 가정식 쓰촨 요리인 궁바오지딩과 지더우화(鷄豆花)가 올라 예상보다 ‘검소한’ 메뉴가 포함됐다. 미국 측 방문단의 입맛을 고려해 크림소스 해물 그라탱, 토마토 쇠고기볶음 등도 제공됐다. 메인 메뉴로는 고급 생선 요리인 무늬바리(바릿과의 바닷물고기)찜이 나왔다. 이날 만찬 준비에 160여 명의 요리사가 동원됐다고 중국 매체들은 전했다.

두 정상은 만찬 시작 전 축사를 통해 우정을 과시했다. 시 주석이 먼저 “중국과 미국의 관계가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두 국가 간) 도전 과제보다는 성장 가능성이 더 크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트럼프 대통령도 “(양국 간 유대관계는) 점점 강해질 것”이라며 시 주석에게 건배를 제안했다. 시 주석은 전날 자금성을 통째로 비운 데 이어 이날 오전에는 인민대회당 앞 의장대 사열을 위해 톈안먼(天安門) 광장을 통째로 비우고 트럼프 대통령 내외를 위한 황금 연단을 마련하는 파격적인 의전을 베풀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톈안먼 광장#트럼프#손녀#시진핑#베이징#정상회담#북한#북핵#대북제재#압박#미국#중국#테러지원국#순방#아시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