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평화” 30차례 강조한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

동아일보 입력 2017-09-22 00:00수정 2017-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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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국제사회는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때까지 강도 높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자칫 지나치게 긴장을 격화시키거나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로 평화가 파괴되는 일이 없도록 북핵 문제를 둘러싼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를 30차례나 언급하며 촛불의 평화, 올림픽의 평화를 ‘한반도 평화’로 연결지었다. 국제사회 최대 위협으로 부상한 북핵 문제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외교적·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거듭거듭 강조한 것이다.

‘전쟁을 겪은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의 대통령’으로서 “평화는 삶의 소명이자 역사적 책무”라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는 진정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 김정은이 주장했듯 ‘북의 핵무력 완성’이 종착점으로 치닫는 시점이다. 김정은에게 “완전 파괴”까지 경고하며 최대 압박을 통해 굴복을 받아내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강경 기조와는 뚜렷한 대조가 드러난다.

특히 문 대통령이 ‘지나친 긴장 격화와 우발적 군사 충돌’을 우려한 대목은 군사적 옵션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한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가 강한 압박과 제재의 대북 포위전선 구축에 주력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평화 메시지는 자칫 한미 간 엇박자로 비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앞서 “북핵·미사일을 포기시키기 위해 최고의 압박과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미는 완벽하게 생각이 일치한다”고 강조했지만, 세계가 주목하는 시점에 나온 평화 메시지의 타이밍과 톤에 트럼프 행정부가 의구심을 가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유엔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으로 동북아 경제공동체와 함께 다자간 안보협력을 제시했다. 이달 초 몽골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밝힌 ‘동북아평화협력체제’, 19일 기후변화 주요국 정상급 대화에서 밝힌 ‘동북아 에너지 공동체’와 맞닿는 비전이다. 2005년 9·19선언에 담긴 동북아 다자 안보 협의체의 연장선이지만 그 사이에 이미 북한은 핵무장을 거의 완성한 상태다. 현실 문제를 건너뛴 미래의 그림은 공허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평화로운 한반도와 다자간 안보협력의 이상(理想)도 국익 우선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냉철한 현실주의 속에서 가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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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유엔 연설#동북아 경제공동체#평화#북핵 문제 해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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