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동식발사대서 바로 쏴… 미사일 세우는데 불과 3~5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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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사일 도발]화성-12형 발사장면 공개

발사 직전 ‘화성-12형’ 15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진행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 장면. 북한 조선중앙TV가 16일 공개한 영상이다. 이번에 발사된 화성-12형은 처음으로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곧바로 발사됐다. 조선중앙TV 캡처
발사 직전 ‘화성-12형’ 15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진행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 장면. 북한 조선중앙TV가 16일 공개한 영상이다. 이번에 발사된 화성-12형은 처음으로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곧바로 발사됐다. 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이 화성-12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최대 사거리 5000km 추정)의 이동식발사차량(TEL) 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확인되자 한미 군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9일 화성-12형을 포함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두 차례 쏴 올릴 때 TEL에 실은 미사일을 지상의 고정 거치대로 옮겨서 발사했다. TEL을 발사 장소로 이동, 전개한 뒤 미사일을 지상 거치대로 내려 ‘카운트다운’에 들어가기까지 10∼20분이 걸렸다. 발사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한미 군 당국이 사전에 포착하기가 쉽고, 유사시 대응책을 마련할 시간도 벌 수 있다. 당시 군 안팎에선 북한이 IRBM급 이상 미사일을 쏴 올릴 수 있는 TEL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IRBM이나 ICBM은 스커드(단거리미사일)나 노동(중거리미사일)보다 발사 때 충격과 화염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5일 조선중앙TV에 공개된 화성-12형은 TEL에서 기립한 상태에서 곧바로 발사됐다. TEL에서 미사일을 세우는 것은 3∼5분이면 충분하다. 발사 준비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된 것이다. 군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발사 이후 한 달도 채 안 돼 은밀성과 기동성 측면에서 급진전을 보인 것”이라며 “주일미군 기지는 물론이고,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출격 기지인 괌 앤더슨 기지를 겨냥한 기습 타격능력을 실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이번 화성-12형 TEL 발사가 처음으로 성공하자 주먹을 불끈 쥐면서 유달리 기쁜 표정을 보인 것도 비로소 괌 포위사격을 실행할 힘을 갖게 됐다는 자신감으로 봐야 한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앞으로 북한은 한미 감시망을 따돌리고 야간에 지하 기지에서 IRBM의 모든 발사준비를 끝낸 뒤 김정은이 지시만 하면 몇 분 안에 핵은 물론이고 재래식·생화학 탄두를 실어 어디로든 날려 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군 당국은 김정은이 언급한 대로 조만간 화성-12형의 양산 및 실전배치 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군 당국자는 “이르면 내년까지 최소 수십 기를 실전 배치해 괌 포위사격 능력 완성을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박을 빌미로 일본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의 더 먼 곳이나 괌 일대를 겨냥한 추가 발사를 통해 화성-12형의 성능을 테스트할 가능성도 크다.

이번 화성-12형의 TEL 발사 성공은 미 본토를 겨냥한 ICBM급 실거리 도발의 ‘예고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이 TEL의 성능과 안정성을 확신하고, 화성-14형의 TEL 발사를 조만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6차 핵실험과 IRBM 발사로 핵무력 완성의 조급함을 드러낸 만큼 화성-14형 TEL 발사도 이른 시일 안에 성공시킨 뒤 ‘핵무력 종착점’ 도발 선언을 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 고위 관계자는 “화성-12형의 TEL 발사 성공은 미 본토 핵타격력 완성의 ‘9분 능선’을 통과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북한#미사일#화성-12형#발사장면#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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