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상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및화학공학부 교수팀은 두 종류의 전기를 겹치는 방식으로 개발한 효율 좋은 ‘탠덤’ 태양전지 기술을 이르면 하반기 국제저널에 발표할 예정이다.
탠덤 태양전지는 둘이 함께 타는 탠덤 자전거처럼 두 종류를 겹쳤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석 교수는 “태양전지 효율 세계 최고 기록인 23.6%에 근접한 효율을 얻었다”며 “한국도 본격적으로 차세대 태양전지 연구에 참여한 셈”이라고 말했다.

석 교수팀은 2020년까지 발전 효율 25%를 달성하고, 상용화 기술까지 확보할 예정이다.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를 크게 바꾸지 않고 탠덤 태양전지를 만드는 것이 주요 목표다. 기술이 완성되면 실리콘 태양전지 제조업체가 장비를 바꾸지 않고 추가로 다른 종류의 태양전지를 덧붙이기만 해 기존보다 6∼10% 효율이 높은 태양전지를 만들 수 있게 된다.
가정이나 산업계에 이미 설치된 태양전지를 개량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 최 교수는 “이미 완성된 실리콘 태양전지에 페인트처럼 덧바르거나 추가 설치할 수 있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부품 개발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태양전지 가격은 에너지 업계의 예상을 뒤엎었다. 태양전지로 전기를 만드는 데 1W당 0.30∼0.35달러가 들 것으로 봤으나 실제론 0.23달러면 충분했다. 태양전지 원료인 희토류가 풍부하고 인건비가 싼 중국이 시장에 뛰어들면서다. 태양전지 가격 폭락으로 4월엔 미국 3대 태양전지 업체 선에디슨이 파산하기도 했다. 태양전지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새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과학계는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가 아닌 다른 방식의 태양전지에서 실마리를 찾고 있다. 실리콘 태양전지는 이론적 발전 효율이 26∼27% 수준인데 3월 일본 화학기업 카네카가 26.3%의 효율을 내는 실리콘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사실상 기술이 완성된 셈이다. 실리콘 태양전지의 개선보다 새로운 태양전지 개발에 집중해야 할 상황이다. 유기물을 활용하거나, 염료에 반응하는 태양전지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하나의 기술만 쓰는 태양전지는 아직 큰 성과를 못 내고 있다. 유기 태양전지의 발전 효율은 12%,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13% 수준이다. 그나마 가장 효율이 좋은 건 페로브스카이트라는 화합물로 만든 태양전지로, 약 22%의 효율을 낸다. 이들 역시 발전 효율은 25%가 한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태양전지가 종류에 따라 특정 파장의 태양 빛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실리콘 태양전지는 300∼1100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 영역의 빛만 흡수한다. 태양에너지가 0.0001nm보다 짧은 파장 에너지부터 파장 길이가 100m가 넘는 에너지까지 갖고 있음을 생각하면 극히 일부만 흡수하는 셈이다. 나머지 부분은 열에너지 같은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바뀌어 사라진다.
과학자들은 서로 다른 파장을 흡수하는 태양전지를 겹쳐 효율을 높이는 탠덤 태양전지 개발로 효율을 극대화하는 연구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발전 효율이 높은 실리콘 태양전지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합쳤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자외선∼가시광선 영역을, 실리콘 태양전지는 적외선 영역을 흡수해 전기를 만든다.
처음 도전한 것은 미국 스탠퍼드대와 영국 옥스퍼드대 공동 연구진이다. 올해 2월 자체 개발한 탠덤 태양전지가 23.6%의 발전 효율을 기록했다고 ‘네이처 에너지’에 발표했다. 스위스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를 주도하던 미카엘 그레첼 스위스 로잔공대 교수를 중심으로 탠덤 태양전지를 연구하고 있다.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