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성장 이끌어줘 아주 감사” “더 잘되도록 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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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재계 2차 간담회]
문재인 대통령 “조선업 힘내라고 박수쳐주자”… 2시간 10분 만찬-간담회

“이쪽으로” 만찬장 직접 안내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본관 로비에서 기업인들과 칵테일 미팅을 
가진 뒤 만찬 및 간담회를 하기 위해 기업인들을 인왕실로 안내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문 대통령, 최태원
 SK 회장, 황창규 KT 회장, 허창수 GS 회장.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쪽으로” 만찬장 직접 안내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본관 로비에서 기업인들과 칵테일 미팅을 가진 뒤 만찬 및 간담회를 하기 위해 기업인들을 인왕실로 안내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문 대통령, 최태원 SK 회장, 황창규 KT 회장, 허창수 GS 회장. 청와대사진기자단
28일 삼성 SK 롯데 등 7개 주요 그룹 총수 및 최고경영자(CEO)를 청와대로 초청해 두 번째 ‘기업인과의 대화’를 가진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가 새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다만 문 대통령이 강조한 경제 살리기의 방법은 규제 완화와 감세 등 기존 경제계가 주장해 온 방식과는 달랐다. 대기업의 기득권을 버리는 ‘공정경제’와 가계를 경제성장의 중심에 놓는 일자리 중심의 소득 주도 성장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기업에 부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경제계의 걱정에 이해를 표시했다. “정부는 기업의 동반자”라고 언급하며 재계가 문재인 정부의 경제철학을 공유하고 동참하는 협력적 관계를 구축하자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간담회 시간은 2시간 10분으로 전날보다 30분 짧았다.

○ 솔직한 건의사항 쏟아낸 재계

기업들은 비공개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에게 일자리 창출과 상생협력에 대한 계획을 소개하면서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특히 이날 참석한 기업들은 문 대통령의 핵심 경제 공약인 사회적 경제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며 제언을 내놨다.

가장 먼저 발언자로 나선 최태원 SK 회장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사회적 기업 200개 지원을 통해 고용 창출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사회적 가치 창출 결과를 측정하고 그것을 (공공조달 시장) 평가에 포함하는 시스템을 제안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관계 법안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해 보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인 2014년 사회적 가치 실현에 기여한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대통령 직속 ‘사회적 가치 위원회’ 제정 등의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법률’을 발의한 바 있다.

황창규 KT 회장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발언했다. 황 회장은 “4차 산업 인력의 수요, 공급 간 미스 매치 해결을 위해 4차 산업혁명 관련 교육센터를 대기업과 정부가 공동으로 지원할 것을 건의드린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황 회장의 발언을 이어받아 “반도체는 ‘당연히 잘 알아서 하겠지’라고 생각하시는데 반도체도 인력 수급 문제에 크게 봉착해 있다”며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인 반도체산업 인력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 지원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조선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은 “최근 사기가 많이 저하됐지만 가장 힘든 것은 조선업이 사양산업이고 노동집약적이라는 사회적 인식”이라며 “인력 양성과 해양기자재 개발을 위한 정부의 지원을 건의드린다”고 밝혔다.

신동빈 롯데 회장과 허창수 GS 회장은 전날 간담회에서도 자주 언급된 서비스산업 육성 지원을 당부했다. 신 회장은 “롯데가 지난 10년간 정규직을 가장 많이 늘려왔다”며 “서비스산업과 유통 분야에서 일자리 창출 효과가 제조업보다 월등한 만큼 서비스산업 육성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허 회장도 “일자리 창출과 세금을 많이 내도록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정부도 이런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달라”고 말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조종사와 정비사 인력 부족과 항공산업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반도체, 조선산업 격려한 문 대통령

비공개 간담회에 앞서 진행된 ‘칵테일 미팅’에서 문 대통령은 산업별 현안들에 대해 질문하며 각 기업의 어려움에 공감을 표시하며 기업들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권 부회장에게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기도 하고 반도체 라인이나 디스플레이에서 대규모 투자도 하고, 항상 삼성이 우리 경제의 성장을 이끌어 주셔서 아주 감사드린다. 기쁘겠다”고 말했다. 이에 권 부회장은 “기쁨이라기보다는 더 잘돼야 하니까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최태원 회장에게는 “사회적 경제라는 책도 쓰시고 투자도 많이 하시고 성과가 어떤가”라고 물었다. 최 회장은 “(사회적 경제는) 일자리 창출의 또 다른 대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창업을 북돋우는 쪽으로 많이 노력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 일자리가 5년 안에 전체 고용의 3%까지 가봤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또 최길선 회장에게 “조선 경기가 워낙 오랫동안 안 좋아서 고생 많이 하셨다”라며 “조선산업 힘내라고 박수 한번 칠까요”라고 제안했다.

○ 호평 속 ‘원론적 대화’ 지적도

청와대는 이틀간의 기업인과의 대화를 통해 나타난 성과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재계가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일자리와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공통의 목표를 이야기한 것은 기대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참가 기업들도 회동에 대해 우호적인 반응을 내놨다. SK 관계자는 “대통령이 맞춤형으로 각 기업에 대한 주제를 꺼내 분위기가 좋아 보였다”고 말했다. 반면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재계 관계자는 “간담회 분위기는 좋게 가져가지만 결국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있어서 기업의 부담을 감수하라는 메시지라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시간을 두고 자주 봐야 신뢰를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삼성#문재인 정부#재계#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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