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기억해야 평화통일 빨리 올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민간차원 ‘6·25 평화집회’ 아이디어 낸 재미교포 한나 김씨
광화문서 67주년 기념행사 열어… “잊혀진 전쟁으로 불려 안타까워 내년에도 자발적 행사 이어가길”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Remember 6·25 평화집회’가 열린 가운데 행사를 기획한 재미교포 한나 김 씨가 태극기를 손에 쥔 채 축하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Remember 6·25 평화집회’가 열린 가운데 행사를 기획한 재미교포 한나 김 씨가 태극기를 손에 쥔 채 축하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6월 25일 오후 7시 27분. 서울 광화문광장에 촛불 50여 개가 타올랐다. 태극기 50여 개도 함께 펄럭였다. 간간이 내리는 비속에서 광장은 촛불을 조명 삼은 태극기로 채워졌다. 양손에 촛불과 태극기를 든 시민들의 얼굴에 감동이 배어 나왔다.

6·25전쟁 67주년을 맞아 열린 ‘Remember 6·25 평화집회’ 현장. 전쟁이 시작된 6월 25일과 정전협정이 맺어진 7월 27일을 기억하자는 취지로 오후 6시 25분에 시작해 오후 7시 27분에 촛불을 드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미국인 참전용사의 손자 레드 포니 씨(53)는 “할아버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부모님이 있었던 흥남철수작전에도 참여했다”며 “아직도 그때를 기억해주는 한국인이 많아 고맙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재미교포인 한나 김 씨(34·여)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여섯 살 때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친한파인 찰스 랭걸 전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실에서 수석보좌관을 지냈다. 6·25전쟁에 대한 관심은 대학원 재학 시절 전쟁사를 본격 공부하면서 갖게 됐다. 올해는 6·25전쟁에 참전한 24개국을 차례로 방문하고 있다. 지금까지 각국의 참전용사 200여 명을 만났다. 김 씨는 “6·25전쟁은 우리 민족의 최대 비극”이라며 “하지만 미국에서는 ‘잊혀진 전쟁’으로 불리는 등 점차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사실 이날 행사는 당초 김 씨의 계획에 없었다. 그는 “당연히 6·25전쟁을 기념하는 민간행사가 많이 열릴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5월 말 한국에 들어와 확인한 결과 6·25전쟁을 기억하는 민간 차원의 행사가 거의 없었다. 김 씨는 직접 행사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9년 동안 미국에서 ‘한국전 참전 용사의 날’을 제정하기 위해 행사를 연 경험이 있었다.

다행히 주변의 도움으로 행사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가 행사 준비에 나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지인들이 촛불 등 각종 물품을 무료로 지원했다. 가수들의 재능기부도 이어졌다. 카카오톡 메시지로 “6·25전쟁을 기억할 수 있는 행사를 만들어줘 고맙다”는 격려가 쏟아졌다.

김 씨는 자신이 한국에 없더라도 내년에 꼭 6·25전쟁을 기억하는 민간 차원의 행사가 이어지길 희망했다. 이런 행사가 많아질수록 평화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김 씨는 “최근 한미관계와 북-미관계에 여러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6·25전쟁을 되새길 수 있는 민간 차원의 교류를 활발하게 하는 일이 결국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remember 6·25 평화집회#재미교포 한나 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