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D]독서지도 동아리 ‘책꿈맘’을 아시나요?

이혜민 기자 입력 2017-03-10 14:56수정 2017-03-1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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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이 매주 찾아가자 아이들은 마음의 빗장을…” ‘맘충’은 ‘내 아이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엄마’를 뜻한다. 엄마를 뜻하는 맘(mom)과 벌레를 뜻하는 충(蟲)의 합성어로, 공공장소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내 아이에 대해 무관심한 엄마를 벌레로 비하한 말이다. 이런 여성비하적 표현이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이유는 뭘까. ‘내 아이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엄마’들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2017 책꿈맘 겨울캠프를 진행한 책꿈맘 회원들(지호영 기자)


올해 3월로 탄생 10주년을 맞은 독서동아리 ‘책꿈맘’(책 나눔, 꿈 나눔, 맘 나눔)은 ‘맘천사’(mom+천사)다. 내 아이뿐 아니라 지역 사회의 아이들까지 챙긴다.

책꿈맘은 ‘어머니 독서지도학교’에서 시작됐다. 서울 관악구 성민종합사회복지관이 2008년 ‘어머니 독서지도학교’ 프로그램을 만들자, 초등학교 명예교사(도서관 사서 봉사자) 등 복지관 인근에 거주하는 엄마들이 참여했다. 그해 프로그램 수료자들은 독서지도를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 ‘책꿈맘’(정회원 20여 명)을 만들었고 그 모임이 지금까지 이어진다. 지금까지 책꿈맘의 독서지도를 받은 지역아동은 600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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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난곡마을’과 인접한 성민종합사회복지관(관악구 신림동 소재). 이곳의 사회복지사는 ‘어머니 독서지도학교’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독서지도사를 초빙할 재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는 지역 아이를 내 아이처럼 품어줄 독서지도사를 기다렸다. 다행히 ‘어머니 독서지도학교’를 마친 뒤 ‘책꿈맘’에 합류하는 엄마가 해마다 나타났다.

‘내 아이만 돌보면 안 되겠다’

2017 책꿈맘 겨울캠프에 참가한 엄마교사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지호영 기자)


“엄마들은 ‘독서지도를 무료로 배웠으니 지역사회에 봉사하자’는 마음이 컸다. 내 아이에게 독서지도를 하려고 프로그램을 듣던 엄마도 복지관 사회복지사 덕에 사회에 관심을 갖게 됐다. 사회복지사들과 책꿈맘 엄마들의 궁합이 좋았다.”(진추국 책꿈맘 회장, 52)

책꿈맘이 대외 활동을 시작한 건 2009년부터다. 회원들은 공부방 5곳(복지관 공부방 1곳, 지역 공부방 4곳)에서 독서지도를 시작했다. 한 회원이 한 공부방에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가 무료로 독서지도를 했다. 책꿈맘 회원이 많을 때면 회원 2명이 한 조가 돼 활동했다.

“초창기에는 난곡마을에 갔다. 그 전에는 내 아이만 생각했는데, 공부방에 가서 내 아이 친구들의 사정을 알게 됐다. 얘네 엄마가 맞벌이구나, 엄마가 없어 할머니가 키우는구나…. 내 아이만 돌봐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진추국 책꿈맘 회장)

공부방 수업이 처음부터 순조롭게 진행된 건 아니다. 공부방 아이들은 책꿈맘 엄마들에게 곁을 주지 않았다. 책꿈맘 엄마들을 한두 번 찾아오다 돌아갈 사람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들이 매주 찾아가자 아이들은 마음의 빗장을 조금씩 풀었다.

“공부방에 가보면 특별한 교육프로그램을 받지 못하고 시간을 자유롭게 보내는 아이가 많았다. 4번쯤 찾아간 뒤에야 아이들과 친해져 책을 읽고 독후 활동을 할 수 있었다. 한 학기(수업 12번)가 끝날 무렵 아이들이 눈물을 보이는데, 뭉클했다. 우리에게 책은 매개일 뿐 목표가 아니다. 목표는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이다.”(정점옥 책꿈맘 부회장, 45)

책꿈맘이 현재 정기적으로 찾아가는 공부방은 1곳이다. 지역이 개발되면서 공부방이 하나둘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최근 책꿈맘은 성민종합복지관 내 도서관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독서지도 공개수업도 꾸려간다. 이 두 가지가 책꿈맘의 대표적인 상시 프로그램이다.

“엄마가 이런 일을 해서 좋다”

책꿈맘 회원들의 지도로 독후활동을 하는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성민종합사회복지관)


연중행사로는 독서캠프가 있다. 책꿈맘은 2011년부터 여름방학, 겨울방학 때 지역 아동들을 위한 독서캠프를 연다. 그동안 독서캠프는 자연, 옛이야기, 책, 우주, 우표 등을 주제로 운영됐다. 책꿈맘 독서캠프는 복지관 인근 학교 가정통신문에 참여 공지가 나간다. 독서캠프 운영비는 지자체 등에서 마련하지만 비용 부족으로 캠프를 개최하지 못할 때도 있다.

“캠프는 통상 3일 동안 진행하는데 이틀은 독후활동 수업을 하고, 하루는 평소 가기 어려운 곳으로 견학을 간다. 초기에는 초등학생이 고루 참여했지만 고학년들은 학원을 가느라 오지 못해 현재는 저학년들을 대상으로 운영한다.”(진추국 회장)

올해 겨울캠프에는 초등학생 40여 명이 참여했다. 2월 1일 오전 10시~정오 독서수업, 2월 2일 오전 10시~오후 4시 국립현대미술관 견학, 2월 3일 오전 10시~오후 2시 독서수업이 이뤄졌다. 책꿈맘 엄마교사들이 1·2학년 그룹, 3·4학년 그룹의 독후활동을 진행했다. 2월 3일에는 엄마와 함께 봉사 나온 초등학생도 눈에 띄었다.

엄마 오지희 씨와 함께 봉사하는 아들 배기선 군(지호영 기자)


“엄마와 함께 동생들이 수업하는 걸 도우러 왔다. 수업하는 모습을 보니까 답답한 것도 있지만 잘하는 모습도 보인다. 엄마가 책꿈맘에 계시기 때문에 나도 이 독서 캠프에 온 적이 있다. 엄마가 이런 일을 해서 좋다.”(배기선, 12)

“하루는 아들이 엄마는 왜 책꿈맘에 가느냐고 묻기에 ‘다른 아이들에게도 책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간다’고 답했더니 좋아하더라. 아들이 자기에게만 관심 쏟기를 바랄 줄 알았는데 봉사하는 엄마를 자랑스러워해 뿌듯했다.”(오지희 책꿈맘 회원, 37)

삶을 변화시키는 동아리


2016 송년모임에 함께한 책꿈맘 회원들. 좋은 동아리는 회원들의 삶을 변화시킨다(성민종합사회복지관)


실제로 많은 엄마들이 책꿈맘 활동을 하면서 자존감을 키웠다. 독서지도를 배운데서 그치지 않고 실전에 적용해 가르치면서 자기 역량도 강화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엄마들이 재취업, 학업 등의 이유로 책꿈맘을 떠나간다.

지금까지 책꿈맘에 몸담은 엄마는 50여 명. 모임을 떠나간 엄마들은 ‘책·꿈 나누기 한마당(2010년 시작)’에 참여하기도 한다. 지역 주민과의 소통을 위한 독서 문화 연중행사에서 책 벼룩시장, 책 체험 부스를 함께 꾸리는 것이다.

10년째 책꿈맘 회장을 맡아온 진추국 회장은 회원 수 부족을 위기로 보지 않았다. 진 회장은 “동아리가 하나의 생명체처럼 다양한 모습을 보이며 성장해가는 것”이라며 “좋은 동아리는 회원들의 삶을 변화시킨다”고 말했다.

“책꿈맘은 지역아이들도 돕지만 엄마들도 돕는다. 여성 재취업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책꿈맘 활동을 하면서 자녀들의 문제점을 알게 돼, 상담공부를 마친 뒤 상담활동가로 활동하는 분이 있다. 책꿈맘 활동을 계기로 유아교육, 청소년교육, 사회복지학 등 학업을 시작한 분이 다섯 명이나 된다. 이분들은 또 다른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것 아닐까.”

‘삼성동 문화학교’(2012년 시작)는 책꿈맘과 성민종합복지관이 엄마들의 재취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그동안 ‘독서치료’ ‘미술치료’ ‘한국사’ ‘스토리텔링’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을 일정 기간 들으면 수강자들은 관련 민간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책꿈맘 겨울 독서캠프에 참가한 권숙(47), 정현아(42) 씨도 스토리텔링 과정을 마치고 자격증을 얻은 뒤 책꿈맘 활동을 이어간다. 권숙 씨는 “아이들이 순수하고 집중을 잘하기 때문에 독서지도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 사람이 1년 동안 책 10권도 읽지 않는 나라에서 엄마들이 책을 읽기 위해 매주 모이고 지역 사회에 도움을 줘 뿌듯하다. 앞으로도 책꿈맘이 지속되면 좋겠다. 작은 일이라도 지속적으로 한다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안경숙 책꿈맘 회원, 41)

이혜민 기자 behappy@donga.com
#책꿈맘#독서#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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