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고독이 도시를 덮치고… 예술이 위로를 건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외로운 도시/올리비아 랭 지음/김병화 옮김/416쪽·1만5000원·어크로스

에드워드 호퍼의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1942년작. 어크로스 제공
에드워드 호퍼의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1942년작. 어크로스 제공
 다이빙하듯 사랑에 빠졌고 함께 영국을 떠나 미국 뉴욕에 정착하기로 연인과 약속했다. 여자는 뉴욕으로 가 남자를 기다렸지만 남자는 오지 않았다. 여자는 연고 없는 도시에 홀로 남겨졌다.

 이 책은 그 이후 쓰였다. 저자인 예술평론가 올리비아 랭은 실연을 당하고 혼자가 된다. 어느 곳보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도시이지만, 그곳에서 저자는 지독한 고립감을 느낀다. 그런 랭을 위로하는 것은 예술이다. 그는 에드워드 호퍼와 앤디 워홀의 그림을 보면서 자신이 처한 고독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길가의 레스토랑을 그린 호퍼의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을 마주한 순간에 대한 저자의 묘사가 인상적이다. “그 이미지들이 마치 청사진이고 내가 포로인 것처럼 끌려왔다. … 식당의 환한 실내를 응시하면서 고독을 느끼지 않기는 불가능했다. 배제된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서늘한 대기 속에 혼자 서 있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순식간에 맛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는 이렇게 예술작품들을 통해서 자신의 고독을 깊이 파고든다. 저자의 상처도 끌려나온다. 랭의 어머니는 동성애자라는 게 알려진 뒤 평생 살던 동네에서 랭과 함께 쫓겨나야 했다. 어머니의 알코올 의존증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졌다. 사회로부터 배척당한 소수자였던 어머니, 그 어머니에게서 제대로 돌봄 받지 못했던 유년 시절을 랭은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잘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들의 작품도 랭을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 폭력, 마약 같은 ‘금기’를 담은 사진작가 낸 골딘, 잡역부로 지내면서 자신만의 방에서 작품에 몰두했던 화가 헨리 다거 등이 그렇다. 저자는 고독에 대한 글을 쓰면서 고립되기보다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었다면서 “고독은 사람들 사이의 공통분모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김지영기자 kimjy@donga.com
#외로운 도시#올리비아 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