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가 지핀 문학열기… 문단 성폭력이 ‘찬물’

손효림기자 , 김지영기자 입력 2016-12-19 03:00수정 2016-12-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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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문화계 오樂가樂―되돌아본 출판계 《 2016년 문화계는 참으로 ‘오락가락’했다. 행복이 가고 나면 슬픔이 몰려왔고, 아픔이 아물면 기쁨도 돋아났다. 새로운 한 해의 ‘오는 즐거움(樂)’을 맞이하기 위해 지난 한 해 동안 문화계에서 있었던 ‘가는 즐거움(樂)’을 총결산한다. 》
 
  ‘채식주의자’의 맨부커상 수상으로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살아난 해였다. 페미니즘과 죽음을 성찰한 책이 강세를 보였다. 가수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깜짝 수상은 놀라움을 선사했다. 하지만 국내 문단 내 성폭력 사건이 잇달아 터져 나오면서 충격을 줬다. 올해 출판계 이모저모를 정리했다.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상패를 든 소설가 한강 씨. 동아일보DB

 
○ ‘채식주의자’ 맨부커상 수상


 소설 ‘채식주의자’를 쓴 한강 작가와 번역자 데버러 스미스 씨가 5월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다. 동물적 폭력에 저항해 햇빛과 물만으로 살아가며 식물이 되고자 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맨부커상 수상은 침체된 한국문학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2007년 출간된 ‘채식주의자’는 올해에만 60만 권 넘게 판매되며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 한국문학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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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식주의자’ 열풍은 다른 한국소설로도 번졌다. 스타 작가의 새 소설은 출간되자마자 큰 사랑을 받았다. 조정래 작가의 ‘풀꽃도 꽃이다’(전 2권)는 40만 권, 정유정 작가의 ‘종의 기원’은 18만 권이 각각 판매됐다.

 시집의 부활도 주목할 만하다. 복간본 시집이 지난해부터 계속 화제몰이를 한 가운데 올해 나온 시집 ‘빈 배처럼 텅 비어’(최승자) ‘울고 들어온 너에게’(김용택) ‘유에서 유’(오은)가 각각 1만 권가량 판매됐다. 한국문학의 르네상스가 다시 열리는 게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왔다.

○ 문단 성폭력

 한국문학에 대한 열기에 ‘문단 성폭력’이 찬물을 끼얹었다. 10월부터 트위터를 통해 문인들의 성폭력 실태와 가해자를 실명으로 고발하는 일이 잇달았다. 시인과 소설가 10여 명이 언급됐다. 문학을 가르쳐 주겠다며 스승과 제자 관계로 만나 성폭력이 벌어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권력관계를 악용한 문인들의 행태는 매서운 질타를 받았다. 가해자로 지목된 문인들 상당수가 사과문을 냈고 출판사들은 작품을 출고 정지하거나 절판시켰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살해된 여성을 추모하는 글이 담긴 스티커 앞에 선 추모객들.

○ 페미니즘 책 열풍

 5월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이후 공포에 떨던 여성들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며 페미니즘 책 판매가 급증했다. ‘나쁜 페미니스트’(록산 게이)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이민경)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우에노 치즈코) ‘여자다운 게 어딨어’(에머 오툴)가 주목받았고, 다양한 페미니즘 책이 쏟아졌다. ‘페미니즘 책은 안 팔린다’는 출판계의 고정관념은 깨졌고 성차별에 대한 논의가 확산됐다.

○ 죽음 다룬 책 주목

  ‘숨결이 바람 될 때’(폴 칼라니티) ‘온 더 무브’(올리버 색스) ‘고맙습니다’(〃) 등 죽음을 마주한 이들이 생을 묵직하게 성찰한 책은 살아있는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환자들의 마지막을 지켜본 의사의 사유를 깊이 있게 담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아툴 가완디) ‘참 괜찮은 죽음’(헨리 마시)도 꾸준히 판매됐다. 1인 가구가 증가하는 가운데 혼자서도 안심하고 죽음을 맞을 수 있는 시스템을 고찰한 ‘누구나 혼자인 시대의 죽음’(우에노 치즈코)도 눈길을 끌었다.

○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 화두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누르자 큰 충격을 받은 사람들은 인공지능을 다룬 책을 앞다퉈 찾았다. ‘인간은 필요없다’(제리 카플란)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김대식) ‘로봇의 부상’(마틴 포드)이 주목받았다. 4월 방한한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교수는 “다른 나라와 달리 인공지능에 대해 집중적으로 묻는 현상이 흥미롭다”고 말하기도 했다. 과학기술 발전으로 세상을 뒤흔드는 큰 물결이 다가오고 있음을 분석한 ‘제4차 산업혁명’(클라우스 슈밥)을 필두로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미래를 예측한 책들이 줄줄이 나왔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가수 밥 딜런.

 
○ 밥 딜런 노벨 문학상 깜짝 수상

 가수 밥 딜런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전 세계가 술렁였다. 스웨덴 한림원은 딜런의 가사가 “귀를 위한 시”라고 했지만 “가장 믿기 힘든 노벨상 수상”(영국 작가 하리 쿤즈루)이라는 등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딜런은 수상 발표 후 2주가 지나서야 입을 열었고, 시상식에도 불참해 미국대사가 연설문을 대독하는 등 이례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김지영 기자
#한강#밥딜런#문단계 성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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