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꺼놔야 승패 보여”… TV토론은 논리 아닌 이미지 싸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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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美대선 TV토론]역대 美대선 TV토론 승부처는

 “(대선 TV 토론)의 승패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TV를 음소거 상태로 시청하는 것이다.”

 미 시사월간 ‘애틀랜틱’은 26일 열리는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간 1차 TV 토론을 앞두고 이같이 보도했다. TV 토론은 논리가 아닌 이미지 싸움이라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캐슬린 파커도 23일 “TV 토론에서 양당 후보가 말하는 내용을 근거로 마음을 바꿀 시청자가 과연 있을까. 듣는 것보다 보는 것 위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책 공방보다는 △간단한 제스처 △턱의 이완 △처진 어깨 등 사소한 행동으로 빚어지는 후보에 대한 인상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분석이다.

 1960년 사상 첫 대선 TV 토론에 나선 민주당의 정치 신예 존 F 케네디 후보가 젊고 자신만만한 이미지로 늙고 불안해 보였던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 후보를 꺾은 전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약 8000만 명이 시청한 1980년 TV 토론에서도 로널드 레이건 당시 공화당 후보는 자신이 정부 건강보험 메디케어에 반대한다는 지미 카터 대통령의 공격에 여유 있게 웃으며 “또 시작하는군요”라고 받아쳤다. 애틀랜틱은 이 장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말들이 오갔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 있는 레이건과 뭔가 짜증 나 보이는 카터의 모습이 대조됐다”고 평가했다.

 1992년 조지 부시 대통령은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의 토론에서 손목시계를 자주 들여다봐 “초조해 보인다”는 인상을 남겨 패배의 빌미를 줬다. 2000년 앨 고어 민주당 후보는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발언하는 도중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숨을 내쉬어 “거만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클린턴과 트럼프는 TV 토론에서 유권자들에게 잘못된 인상을 남기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클린턴이 트럼프의 예상치 못한 직설적인 공격에 당황하지 않도록 트럼프와 비슷한 측근 필립 레인스를 가상의 트럼프로 세워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고 23일 전했다. NYT에 따르면 레인스는 트럼프처럼 클린턴을 ‘거짓말쟁이(crooked)’라고 부르거나 (남편 빌 클린턴의) 여성 편력을 거론하면서 불편해하지 않을 인물이다. 클린턴은 또 상대방의 말을 끊지 않고 ‘극성스러워(pushy)’ 보이지 않도록 조심할 계획이다.

 트럼프도 1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클린턴의 결혼 문제를 거론할 거냐는 질문에 “확실히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히는 등 이미지 관리에 나섰다. NYT는 트럼프가 클린턴이나 토론 진행자와 ‘바보 같은 싸움’에 휘말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폭스뉴스는 트럼프 측이 클린턴의 높은 비호감도를 감안해 “클린턴이 말을 많이 할수록 표를 잃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며 의외로 과묵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폭스뉴스에 “(클린턴이) 나를 존중하면 나도 존중하겠다”는 단서를 달며 강한 공세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힐러리#트럼프#미국#대선#tv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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