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최룡해 리우行 ‘막후 외교’를 주시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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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이 6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회식 참석을 위해 최측근인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파견했다. 7월 30일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최룡해가 브라질에 갈 때까지 ‘단순 환승객’처럼 시간만 보낼 것으로 보긴 어렵다. 그런데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최룡해의 중국 경유에 대해 “단순히 거쳐 가는 측면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추가적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한 것은 최룡해가 막후에서 펼칠 비공식 외교 행보에 관심조차 두지 않겠다는 단견이다.

최룡해가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이기는 하지만 2012년 런던 올림픽에 박명철 체육상을 파견했던 북에서 이번엔 최고 실세를 보내는 것을 스포츠에 대한 김정은의 유별난 관심 때문이라거나 이미지 제고 목적이라고만 봐선 안 된다. 최근 라오스 아시아지역안보포럼(ARF)에서 한국 보란 듯이 외교장관끼리 밀착을 과시한 북-중이 결코 이런 기회를 허비할 리 없다. 더구나 중국은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과 남중국해 판결 이후 북한과의 관계 회복에 힘쓸 태세다. 2013년 5월 김정은의 특사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고, 작년 9월 중국 전승절 기념식에도 북 대표로 참석했던 최룡해가 이번에 어떤 식으로든 중국 고위층과 접촉해 대북 제재와 사드 배치 등 현안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눌 개연성이 크다.

올림픽은 외교의 무대이기도 하다. 리우 현지에서 최룡해가 미국 정부 인사들과 우연을 가장해 접촉하거나, 대화를 시도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만일 미국이 한반도 상황을 우려해 북-미 접촉을 생각한다면 김정은과 바로 통하는 최룡해 이상의 창구도 없다.

북의 이용선 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은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 참가 못 할 이유가 없다며 “(한국이) 전혀 마주 보지도 않겠다고 하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북이 버틸 수 없는 임계치에 이를 때까지 제재에 집중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지만 북의 스포츠 외교 공세를 방관만 해선 안 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가 채택된 지 2일로 5개월이 된다. 필요하다면 이참에 우리도 최룡해와 접촉해 김정은의 속셈을 떠본다고 해서 정부의 단호한 대북 제재 의지가 의심받는 것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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