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 센터와 건보공단 건강 빅데이터 1500만 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제주도 주민의 허리둘레(중간 값·일렬로 세웠을 때 정중앙에 있는 사람의 값)는 81.8cm로 전국에서 허리가 가장 굵었다. 가장 날씬한 광주 주민(79.9cm)보다 평균 약 2cm나 굵은 셈이다. 비만도를 나타내는 BMI(체질량지수·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도 24.3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런 경향은 20대를 제외한 30대 이상 대부분 연령층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제주도의 초고도비만 비율(BMI 35 이상)은 0.68%로 가장 낮은 울산과 대구(0.39%)의 1.7배에 이르렀다. 1000명 중 7명가량은 비행기 일반석 좌석에 앉기 어려울 정도의 초고도비만 상태라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제주도 특유의 자녀 양육 교육 문화가 비만 악화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비만이 건강의 적신호라는 인식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제주도에서 기숙형 다이어트 캠프를 운영하는 사공상민 씨는 “제주도는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하지 않고, 빡빡한 정규직 직장도 적어 비만을 문제시하는 인식이 낮다”며 “다이어트 캠프에도 제주 현지인은 거의 오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대중교통 수단이 적어 자가용을 주이동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도 운동량 감소와 비만 증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20, 30대 여성의 비만 증가 속도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여성 중 초고도비만의 비율은 2002년 0.11%에서 2013년 0.69%로 6.27배, 고도비만(BMI 30 이상)은 같은 기간 3.03배에 이르렀다. 전 성별 연령대에서 가장 급격한 증가세다. 20대 여성에서도 30대 여성 다음으로 급격하게 비만 인구가 늘었다. 여성들은 나이가 들면 살이 찐다는 통념이 강했는데, 이런 인식이 점점 깨지고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현 20, 30대 여성들이 1980, 90년대 경제성장기에 유년기를 보낸 세대라는 점에 집중했다. 당시 국내에 패스트푸드가 본격적으로 유입되고, 자동차도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체득한 서구식 생활습관이 성인 비만으로 이어졌다는 것.
전문가들은 자신의 비만도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라고 입을 모은다. 오 교수는 “뚱뚱한 사람은 자신이 뚱뚱하지 않다 여기는 경향이 강하고, 안 뚱뚱한 사람은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며 “자기 비만 수준을 체크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