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열린 새누리당 당선자 워크숍은 총선 참패에 대한 참회와 반성은커녕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으로 갈려 서로 총질하는 고질병을 드러냈다. 비박계 이종구 당선자는 “‘초이노믹스’와 ‘진박(진짜 친박) 마케팅’이 잘못돼 우리가 심판을 받았다”며 “삼보일배를 하든, 삭발을 하든 말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사죄하라”고 친박 좌장 최경환 의원을 공격했다. 반면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김무성 대표가 야반도주한 것 아니냐”며 ‘옥새 파동’을 일으킨 김 대표에게 책임을 씌웠다. 여당 당선자 모두 참회의 ‘삼보일배’를 해도 국민의 분노를 풀기 어려운데, 참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새누리당은 2당으로 추락했음에도 참패의 원인조차 모르는 것 같다. 국민은 이른바 ‘박심(朴心)’을 업고 ‘친박 내려 꽂기’ 공천을 자행하며 당내 골육상쟁(骨肉相爭)을 벌인 집권당의 오만을 매섭게 심판한 것이다.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은 선거 패인(敗因) 보고서를 발표하고 “국민을 무시한 공천이 결과적으로 수도권 참패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비박계는 ‘친박계 2선 후퇴’를 주장했으며, 참패의 책임이 큰 친박계는 무소속 유승민 의원 등의 복당 신청까지 문제 삼는 적반하장(賊反荷杖) 태도를 보였다.
총선으로 여소야대(與小野大)가 됐지만 여전히 새누리당은 집권 여당이다. 선거 후 13일이 지나서야 열린 당선자 워크숍에서는 마비 상태에 빠진 당을 추스를 방안부터 내놓아야 했다. 새 원내대표를 경선 혹은 합의로 추대할지, 비상대책위원장을 당내 혹은 외부 인사로 할지를 비롯한 지도체제 구성의 청사진부터 보여줘야 했다. 원내대표 선출 선관위 구성안만 달랑 내놓고, ‘친박 계파를 해체하라’느니, ‘쇄신파가 국회선진화법을 만든 주범’이라느니 ‘남 탓’만 주고받은 이 당에서 비전과 희망을 찾아보기 어렵다. 여당 당선자들이 당선 자체를 ‘면죄부’나 받은 것처럼 착각하는 수준이라면 20대 국회는 물론이고 향후 대선 향배도 싹수가 노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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