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측근 윤상현의 “김무성 죽여”… 공천 개입 靑뜻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0일 00시 00분


코멘트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이 “김무성이 죽여 버려 이××. (비박계) 다 죽여”라고 한 ‘막말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윤 의원은 ‘공천 살생부’ 보도가 나온 지난달 27일 밤 다른 친박 의원과 통화한 경위에 대해 “너무나 격분해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어제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취중의 사적 대화를 녹음해…의도적인 음모”라고 역공했다. 막장으로 치닫는 새누리당 공천 드라마의 끝은 도대체 어디인가.

윤 의원은 통화 유출 경위를 추적하겠다고 했지만 적반하장이다. 통화 내용의 진위부터 먼저 규명돼야 한다. 그는 “내일 (김무성을) 쳐야 돼!” “내가 ○○형한테다가…정두언이하고 이야기할 준비가 돼 있어”라며 살생부 발언을 폭로한 정 의원과 조율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다음 날부터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서청원 최고위원을 비롯한 친박계가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결국 김 대표는 사과했고, 지도력에 상처를 입었다.

이 위원장과 서 최고위원 등은 ‘취중실언(失言)’이라며 덮고 가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안될 말이다. 새누리당은 먼저 윤 의원과 통화한 사람과 친박 핵심들이 실제로 ‘김무성 죽이기’에 나섰는지, ‘공천에서 떨어뜨리겠다’는 윤 의원의 말과 살생부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형’은 친박 고위 핵심을 지칭한다는 말이 무성하다. 이재오 의원은 “‘내일부터 공략하라’ ‘다 빼라’ 지시하는 건 공천 지침을 하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러니 새누리당 공천의 공정성을 누가 믿겠는가. 국민에게 약속한 상향식 공천은 이한구 위원장이 사실상 전략공천인 단수·우선추천제와 컷오프를 단행하면서 물 건너갔다. 이 위원장이 ‘보이지 않는 손’의 지침을 따른 것은 아닌지, 김 대표가 침묵을 지키는 것이 완장 찬 친박 실세의 ‘김무성 죽이기’와 관련은 없는지 의구심이 눈덩이처럼 부풀고 있다. 의혹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공천(公薦)’이 아니라 시대착오적인 ‘사천(私薦)’ ‘박천(朴薦)’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대통령정무특보를 지냈고 박 대통령을 사석에서 ‘누나’라고 부르는 윤 의원은 ‘박근혜의 남자’로 통한다. 그의 ‘취중진담’에 청와대가 개입했는지도 확인돼야 한다. 당의 공천에 친박 핵심과 청와대가 공모해 개입했다면 일종의 국정농단이다. 청와대 개입 없이 그렇게 했다면 ‘친박 패권주의’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삼권분립 논란에도 윤 의원을 정무특보로 임명해 감쌌던 박 대통령의 인사 탓도 크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심각한 해당(害黨) 행위를 한 윤 의원은 공천 배제, 아니 출당 같은 엄중한 조치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윤상현#김무성#공천#새누리당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