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게도 北은 위협요소… 계속 감쌀 수만은 없을 것”

우경임 기자 , 윤완준 기자 입력 2016-02-18 03:00수정 2016-02-18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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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대치 긴급대담]천영우 前외교안보수석, 윤덕민 국립외교원장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왼쪽)과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동아미디어센터 회의실에서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전략에 대한 긴급 대담을 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국회 연설을 통해 대북정책의 전환을 예고했다. 김정은 정권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강력한 조치와 전략은 무엇인가. 17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진행된 긴급 대담에서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지금이 북핵을 포기시킬 골든타임”이라고 진단했고,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핵을 보유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도록 제재해 북한의 셈법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회 연설에서 북한 정권의 체제 붕괴를 언급하며 대북정책의 전환을 예고한 이유는….


▽윤덕민 원장=기존 방식이나 선의를 가지고는 북한의 핵 의도를 바꾸기 어렵다는 언급이 핵심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을 지켜보면서 핵 무장이 현실화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

▽천영우 이사장=사실 2013년 3차 핵실험 직후 나왔어야 하는 정책이다. 지금이라도 대북정책을 바로잡을 기회를 놓치지 않아 다행이다. 환상과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에 기초한 정책에서 냉엄한 현실에 입각한 정책으로 돌아왔다. 개성공단 폐쇄는 국제사회와의 공조에서 더 중요하다.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 제재)을 하는데 개성공단을 그대로 둔다면 우리가 대북 제재에 동참하라고 할 도덕적 명분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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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은 국제사회와 취할 제반 조치의 시작이라고 했는데….

▽천=북한의 전략적 계산을 바꿔야 한다. 계산식을 바꾸려면 ‘제재’가 수단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북한의 계산을 바꿀 수 없다. 각국이 독자 제재로 보완해야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

▽윤=북핵 문제를 20년을 넘게 지켜봤지만 역대 정부의 조치는 무기력했다. 안보리 제재 결의안 하나 만들고 손을 터는 패턴이 반복됐다. 이번에는 개성공단 중단을 시작으로 중국 러시아 등의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강력한 유엔 제재안 도출도 중요하지만 회원국이 이행해야 실질적인 제재가 된다.

―중국은 대북 제재로 인한 북한 체제 변화를 원치 않는데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

▽천=어느 때보다 강력한 유엔 제재안이 나오겠지만 이는 중국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재일 뿐이다. 북한에 큰 타격을 못 주는 방향으로 디자인되는 것이다. 북한이 아무리 핵 개발을 해도 제재를 하지 않으면 핵 개발 허가증을 주는 것과 같다. 중국이 “조심해라”고 해도 김정은은 “야단만 치고 내 뺨 한 번 때리고 끝나겠구나”라고 오판한다. 하지만 중국과 달리 우리는 핵을 포기하지 않는 북한 체제를 종식시켜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차이가 한중 관계의 위기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윤=국제정치에선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된다. 20년 전만 해도 중국은 완벽히 북한 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이 만난 적이 없다. 반면 한중 정상회담은 10차례나 열렸다. 중국은 북한이라는 전략적 완충지대가 중요하다는 건데 ‘안정’이 아니라 ‘위협’이 된다면 이해를 달리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북한 보모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중국 여론도 달라졌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발은 과도한 것이 아닌가.


▽천=중국 군사과학원의 현역 군인들과 사드에 관해 많은 토론을 했다. 중국군도 사드가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해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반발하는 이유는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이 강화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중국 반발보다 우리가 눈치 보는 상황이 오히려 더 우려스럽다. 중국을 즐겁게 하기 위해 우리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희생할 수 없다.

▽윤=중국의 사드에 대한 반발은 우리가 자초한 측면도 있다. 과거 전술핵이 있거나 F-16 전투기에 핵폭탄을 싣고 이동할 때는 중국이 사정권에 들어가 있었음에도 중국이 항의한 적이 없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 미사일방어(MD)를 하면 미국의 세계전략에 편입되고 군비경쟁으로 이어진다는 잘못된 담론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MD를 못 하게 하다가 중국이 개입할 근거를 만들어준 셈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미국을 축출하려고 하는 출발점으로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려 한다. 주한미군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표적인 상태에서 사드까지 배치하지 못하게 하면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중국의 생각이다.

―북핵에 대응하기 위해 핵 무장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윤=민주국가에서 다양한 담론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핵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지금은 미국 등 국제사회가 예민하게 한국을 보고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확고한 핵우산을 제공받거나 핵 억제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면 좋겠다. 효율적인 대북 억제력은 킬체인 등을 활용한 선제 타격 옵션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방어, 핵우산 등 세 가지를 조합하는 것이다.

▽천=탄도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전제는 북한의 모든 미사일 발사 동향을 감시하는 것이다. 24시간 북한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정보감시정찰(ISR) 자산을 확보하는 것이 전제다. 방어망이 부족하다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전에 선제 타격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장기적 접근법은 어떤 것이어야 하나.

▽천=제재만으로는 어렵다. 제재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정권을 내놓겠구나 하는 전략적 계산을 바꾸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핵을 생존의 보험으로 생각했는데, 보험료가 비싸서 허리가 부러져 죽겠구나라고 생각해야 핵을 내놓고 살길을 찾겠다는 판단이 설 것이다. 북한의 전략적 계산을 바꿀 제재 다음에는 핵 포기 대가로 정치 군사 안보 경제적 보상을 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시작되는 것이다. ▽윤=하루아침에 핵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중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 핵 개발에 비용이 따른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이란은 핵 포기와 경제 지원을 단순하게 교환했다. 강력한 제재가 북한 셈법을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북한은 김정은 유일 지배체제에 승부수를 두고 있다. 외부 위협도 만들고 숙청도 하면서 유지하고자 한다. 중장기적으로 북한 체제의 성격을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천=핵을 가진 북한과의 평화적 공존은 불가능하다. 북한의 인질로 살아갈 수 없다. 북한과의 공존이라는 건 인질과 인질범의 평화 공존인데 그건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다. 제재와 함께 북한이 협상에 나올 때를 대비해 핵 포기로 이끌 전략도 필요하다. 비핵화에 대한 정치 안보 보상의 패키지에 대해서도 지금보다 더 과감하게 준비해야 한다. 북한이 핵 포기가 억울하지 않다고 할 정도로 제재와 인센티브 간에 갭을 최대한 늘려야 북한이 핵 포기를 할 생각이 들 것이다.

정리=우경임 woohaha@donga.com·윤완준 기자
○ 윤덕민(57)

△한국외국어대 정외과

△일본 게이오대 박사

△외교안보연구원 안보통일연구부장

△대통령미래기획위원회 민간 위원

△국립외교원장
○ 천영우(64)

△부산대 불어과 △외무고시(11회)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주영국 대사 △외교통상부 제2차관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아산정책연구원 고문
#대담#남북대치#대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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