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텃밭서 맞붙은 女 vs 女… ‘친박-비박’ 부각은 둘다 꺼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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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이후 총선구도]
與 공천전쟁 - 야권 호남 쟁탈전… 격전지를 가다
與 본선같은 예선 ‘이혜훈 vs 조윤선’

4·13총선에서 서울 서초갑에 출사표를 낸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오른쪽)이 6일 서초구의 한 마트에서 주민과 악수하고 있다.
4·13총선에서 서울 서초갑에 출사표를 낸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오른쪽)이 6일 서초구의 한 마트에서 주민과 악수하고 있다.
《 설 연휴가 끝났지만 4·13총선 구도는 더욱 헷갈리는 양상이다. 서울 강남벨트는 본선보다 더한 새누리당 내부의 예선전이 치열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열된 야권 역시 ‘광주대첩’이 한창이다. 강남벨트 중에서도 여성 후보 간 대결이 뜨거운 서울 서초갑의 이혜훈 전 의원과 조윤선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만났다. 또 한솥밥을 먹다 각기 다른 당으로 4선 도전에 나선 더민주당 강기정 의원(북갑)과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광산갑)에게서 호남 민심을 들어봤다. 》

#장면1. 설(8일)을 앞둔 6일 오후 4시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마트. 이혜훈 전 새누리당 의원이 한 주부에게 다가가 “명절 준비하느라 고단하시죠”라고 물었다. 주부가 “뉴스에선 물가가 내렸다는데 아니다”라고 하자 이 전 의원은 맞장구를 치며 체감 물가가 비싼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서울 서초갑에서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뛰고 있는 조윤선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왼쪽)이 6일 서초구의 한 상가를 방문해 상인이 건넨 설 음식을 맛보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서울 서초갑에서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뛰고 있는 조윤선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왼쪽)이 6일 서초구의 한 상가를 방문해 상인이 건넨 설 음식을 맛보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장면2. 같은 시간 서초구 잠원동 대림상가. 조윤선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전을 부치던 한 반찬가게 상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상인은 “인사 안 해도 알아요”라며 기름 묻은 손을 뒤로 감추려 했다. 조 전 수석은 “제가 기를 받아야 한다”며 상인의 양손을 감싸 쥐었다.

“역대 총선에서 서울 서초갑이 이렇게 뜨거운 적이 없었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의 말이다. 그동안 서초구는 공천 막바지에 전략공천으로 후보가 결정되고 한 달여의 짧은 선거운동으로 금배지를 달 수 있는 지역이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4·13총선에서 상향식 공천을 적용하며 이 지역의 풍경도 바뀌었다. 박근혜 정부의 ‘신데렐라’로 통하는 조 전 수석,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가까운 이 전 의원이 새누리당 후보 티켓을 얻기 위해 ‘여성 대결’을 펼치고 있다. 김무성 대표의 처남인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도 뛰고 있다.

서초갑은 ‘친박(친박근혜) 대 비박(비박근혜)’ 간 대리전 양상도 띠고 있다. 이 전 의원이 다소 공세적이다. 그는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가깝다고 서초의 묵은 현안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으냐”며 조 전 수석을 겨냥했다. 이어 “이 지역의 현안은 주로 서울시가 결정권을 갖고 있다”며 “현안을 풀려면 맥을 알고 힘이 있어야 하는데 ‘초보’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 지역에서 17, 18대 재선 의원을 지냈다.

조 전 수석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친박-비박 구도 같은 건 없다. 조윤선만 보고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을 만나면 나라를 위해 ‘공복(公僕)’으로 일해 왔던 한결같은 모습을 보고 나를 지지한다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그는 박 대통령 당선인 시절 대변인에 이어 여성가족부 장관, 정무수석을 거쳤다.

다만 둘 다 친박-비박 구도를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였다. 이 전 의원 측은 ‘탈박(脫朴)’ 이미지가 표심에 부정적이라고 보고 있다. 새누리당 적극 지지층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서다. 그가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멤버인 ‘원조 친박’임을 부각하거나 “박 대통령의 성공”을 언급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반면 핵심 친박으로 분류되는 조 전 수석 측은 수도권에서 ‘진박(진짜 친박) 마케팅’으로 지지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서초갑 예선전이 가열되면서 두 사람은 살인적이라 할 정도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보통 남성 정치인들에게 배우자의 내조는 큰 힘이 되지만 여성 정치인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조 전 수석은 “혼자 선거운동을 하다 보니 아바타를 만들고 싶더라”며 “이번 연휴 때도 전화 돌리고 거리 인사하느라 설날 당일 시댁에서 잠깐 쪽잠을 잔 게 유일한 ‘연휴’였다”고 털어놨다. 이 전 의원은 “오전 7시에 집을 나와 밤 11시까지 저녁도 거르고 20여 개 일정을 소화한다”며 “집에 돌아오면 너무 배가 고파서 라면 2개를 끓여 먹은 적도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조 전 수석은 남자에게, 이 전 의원은 여자에게 인기가 많다는 평가도 있다, 이에 조 전 수석은 “30, 40대 여성을 만나면 내 딸도 저렇게 컸으면 좋겠다고 하고 50, 60대 여성분은 딸처럼 포옹해주곤 한다”고 소개했다. 이 전 의원은 “50, 60대 남성이 나를 경제통이자 안정적인 후보로 생각해 준다”고 강조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선거#총선#새누리당#이혜훈#조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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