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 양(19)은 어릴 적부터 아버지에게 맞고 자랐다. 어머니도 같이 폭행을 당했다. 결국 김 양이 5세 때 어머니는 아버지의 폭행으로 숨졌고, 아버지는 곧바로 교도소에 수감됐다. 홀로 남은 김 양은 경남 시골에 사는 친조부모에게 맡겨졌다. 하지만 할아버지 역시 늘 술에 취해 있었고 특별한 이유 없이 할머니와 김 양을 때렸다. 친조부모와 외조부모의 집을 전전하던 그는 결국 고교 때 가출했고 학교도 그만뒀다.
부모의 심각한 학대 등으로 인해 부모와 분리 보호하도록 결정된 아이 3명 중 1명은 친인척, 그중에서도 조부모가 보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학대 피해 아동(1만27명) 중 부모와 분리 보호가 결정된 아이는 26%(2610명)인데, 이 중 9.2%(924명)는 조부모를 포함한 친인척이 보호한다. 나머지 아이들은 쉼터나 그룹홈 등에서 지낸다.
이경숙 한신대 재활학과 교수(심리학)는 “부모가 어릴 적 훈육이라는 명목으로 물리적 학대를 해온 아이들의 조부모의 경우 손자녀 양육을 할 때도 동일하게 학대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친인척 보호자의 경제적 상황 역시 좋지 않다. 보건복지부의 ‘가정위탁아동 가정보호실태조사 연구용역보고서’(2013년)에 따르면, 부모의 학대나 사망 등의 이유로 가정위탁 보호를 받고 있는 8∼11세 아이는 조부모를 포함한 친인척이 보호하는 경우가 대부분(84.3%)인데 보호자 중 절반(48.8%)은 월소득이 100만 원 이하였고, 38.4%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이 같은 상황이 개선되기 위해선 혈연관계가 없는 모범적 가정이 자발적으로 일반 위탁가정으로 1, 2년간 아이들을 맡아서 기르는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김준회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 홍보전문위원은 “자녀가 어느 정도 성장한 50대 베이비붐 세대 부부가 상처받은 아이를 보호해주면 아이에게 큰 도움이 되고 부부 및 가정생활에도 활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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