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불안에 중국쇼크 연타… ‘퍼펙트 스톰’ 경고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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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4차 핵실험 이후/안보-경제 동반충격]中증시 또 7% 폭락

“미치겠다.” 7일 오전 10시 42분쯤(중국 현지시간 오전 9시 42분) 국내 자산운용사에서 중국 펀드를 담당하는 A 팀장은 홍콩에 있는 펀드매니저로부터 이렇게 적힌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깜짝 놀라 주식 전광판을 들여다보니 중국 증시가 개장 12분 만에 멈춰 있었다. 중국 증시의 CSI300지수가 5% 이상 하락해 ‘서킷브레이커’(주가 급등락 때 거래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가 발동된 것이었다.

그때부터 A 팀장을 찾는 은행, 증권사 직원들의 전화가 쏟아졌다. 그는 “거래가 다시 시작되기를 지켜보자”며 그들을 달랬지만 속으론 ‘이미 게임은 끝났다’고 직감했다. 15분 후 거래가 재개됐고 직감이 현실이 되기까지 2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10시 59분 CSI300지수가 7% 이상 빠지면서 두 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거래는 완전히 중단됐다. 사무실 곳곳에서 탄성이 터졌다.

새해 벽두부터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한 중국 증시가 사흘 만에 또다시 추락하면서 ‘2차 차이나 쇼크’ 우려가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초부터 국내외 경제는 중국 증시 폭락에 중동·북한발(發) 국제정세 불안, 국제유가 급락 등의 ‘삼각 파도’가 휘몰아치며 위기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 “중국 금융 혼란, 이젠 상시적 위기”

한국 경제는 중국발 악재부터 북한의 4차 핵실험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악재로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특히 미국이 금리 인상을 시작한 가운데 지난해 여름 ‘1차 차이나 쇼크’ 때보다도 더 강력한 폭풍이 연초부터 이어지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충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이날 중국 증시가 폭락한 것은 위안화 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중국 내 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지난해 12월 26일부터 8거래일 연속 위안화 가치를 절하했다. 위안화의 가치 하락은 중국 내 투기성 자금의 유출을 유도해 증시 폭락을 더욱 부채질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중국팀장은 “수출 부진에 시달리는 중국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위안화 절하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국 은행권의 자금 부족도 위안화 약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당국이 돈을 풀고 있는데도 유동성 우려가 해소되지 않아 ‘신용경색’ 우려마저 나온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중국 정부가 수출에서 내수로 성장 동력을 전환하면서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삼고 있는 서비스업 경기마저 악화돼 불안감을 높였다. 지난해 12월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10개월째 기준치를 밑돈 데 이어 서비스업 PMI도 50.2로 17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 팀장은 “중국이 금융시장 개혁, 한계기업 퇴출 등을 추진하면서 증시 급등락과 위안화 환율 변동은 올해 내내 신흥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상시적인 위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금융시장 불안의 여파로 이날 말레이시아 링깃화, 태국 밧화 등 아시아 신흥국 통화는 일제히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 세계 경제 ‘삼각 파도’ 위협

중국의 경기 둔화는 국제유가의 급락으로 이어지며 국내외 경제의 불안을 더 키우고 있다. 6일(현지 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5.6% 급락해 7년여 만의 최저치인 배럴당 33.97달러에 마감했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11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35달러 선이 붕괴됐다. 중동 정세가 불안하면 국제유가가 오르는 게 일반적이지만 지금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속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분쟁이 워낙 격해서 원유 감산(減産) 합의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유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세계은행(WB)도 이날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3%에서 2.9%로 낮춰 잡고 “올해 원자재 가격의 안정, 중국 경제의 체질 개선, 선진국의 성장 기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 정도의 성장률도 어렵다”고 밝혔다.

세계은행은 특히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6.7%로 낮아진 데 이어 내년에는 6.5%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신흥국 전망치는 4.8%로 기존보다 0.6%포인트나 내렸다. 외신들은 신흥국의 동시다발적 경기침체로 세계 경제가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를 쏟아내고 있다. 신흥국 경기 둔화에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시장의 금융 혼란까지 더해지면 세계 경제가 총체적 난국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형중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금리 인상 이후 글로벌 경제가 가뜩이나 취약해진 상황에서 이렇게 악재가 쏟아지면 금융시장은 물론이고 실물경제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악재가 어디로 튈지도 몰라 불안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임수 imsoo@donga.com·주애진 기자 / 파리=전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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