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신춘문예 2016]아빠가 사준 첫 동화책 기억 새록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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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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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소감]

성현정 씨
성현정 씨
어린 시절은 지루했다. 그때 이야기는 비(非)일상으로 가는 문을 열어 주는 마법 통로였다.

아빠가 코트 자락에 겨울 냄새를 잔뜩 묻히고 들어와 내밀던 동화책 한 권. 내 첫 책이었다. 겨우 글을 떼기 시작할 무렵 난 그 책을 보고 쓰다듬고 냄새를 맡으며 집착했다. 얼마나 설레고 행복했는지. 그 기억을 떠올리면 어느 정도 욕심을 비울 수 있었다. 그때의 내가 읽을 이야기라면 허투루 쓰지 말자고 다짐하게 된다.

나 혼자 잘나서 상을 받게 되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떠오르는 얼굴이 많은 걸 보니 아닌 게 분명하다. 묵묵히 지켜보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기에 늘 부모님께 감사하다. 김기정 정해왕 선생님, 함께 배운 글벗들과 ‘어수선’이 있어서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당선 소식에 내 일처럼 기뻐해 준 ‘어린이와 문학’ 편집부 식구들,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 일일이 언급하지 못해도 늘 응원해 준 친구들에게 고맙다.

김경연 황선미 심사위원께도 감사하다. 늘 책으로 뵈었던 두 분이라 이름만으로도 설렌다. 많은 분들이 내 글을 읽을 생각을 하면 두려움이 앞선다. 그분들께도 내게도 부끄럽지 않은 글을 끝까지 쓰고 싶다.

△1975년 부산 출생 △일본 가고시마대 생물생산과학 박사


황선미 씨(왼쪽)와 김경연 씨.
황선미 씨(왼쪽)와 김경연 씨.
▼[심사평]슬프지만 독자 감성 흔드는 매력▼

다섯 편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딱 하나의 소원’은 엄마의 욕심을 위해 모험에 나서는 주인공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이면을 그리려는 의도가 보였다. 그러나 상황이 억지스럽고 결말도 갑작스러운 데다 ‘엄마’로 설정된 폭력적 상황이 이런 결말로 해결된다고 보기 어려웠다. ‘내 영혼은 내 거’는 일그러진 가정에서의 아이의 결핍이 도둑질로 채워지는 설정이 그럴듯했지만 문장이 미숙하고 이야기가 단순했다. ‘할머니와 나’는 개성이 느껴지는 화법이 남달랐다. ‘토리와 무시무시한 늑대 이야기’는 해외 민담을 차용해 서사에 활용한 유머가 신선하고 주제의식도 분명하다. 당선 기회를 놓쳤더라도 굴하지 말고 작품을 계속 쓰기를 바란다.

‘아빠의 유언장’에는 최근 응모작에서 자주 보이는 로봇이 등장하는데 소재로는 새로울 게 없고, 사람에게 복종하고 굴욕에 반응하지 않는 설정은 구시대적이다. 그러나 전체를 조형하는 감각이 믿음직스럽고, 슬픈 내용임에도 감정을 낭비하지 않고 독자의 감성을 건드리는 역량이 보여 이견 없이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김경연 아동문학평론가·황선미 동화작가
#동아일보 신춘문예#성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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