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 운용 ‘빛난 SUN’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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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 대표팀 선동열 투수코치
절묘한 투수교체로 우승 이끌어 승부치기 빼고 불펜 평균자책 0.79
삼성 감독 때 뽑은 차우찬 대활약

확실히 단기전에서 ‘투수 코치’ 선동열(52·사진)은 명불허전이었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김인식 감독(68)은 불펜 운용에 관해서는 선 코치 의견을 거의 대부분 따랐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이미 감독과 투수 코치로 찰떡궁합을 과시한 두 사람이다. 선 코치는 이번에도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를 무기로 믿음에 보답했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미국을 상대로 승부치기 때 내준 1점을 제외하면 한국 대표팀의 불펜 투수들은 총 34이닝을 평균자책점 0.79(3자책점)로 막았다. 3자책점 모두 개막전에서 내준 점수로 나머지 7경기에서는 불펜 투수가 기록한 자책점이 없다.

선발 투수들의 평균자책점도 3.09로 나쁘지 않았지만 불펜 투수들에게는 못 미쳤다. 김 감독은 “선발 투수라면 경기당 90∼100개는 던져 줘야 하는데 60∼70개를 던지면 구위가 떨어지는 게 눈에 보였다. 이 때문에 상대 타선에 따라 불펜을 기용하느라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선발 투수 4명은 불펜 투수보다 한 이닝 많은 35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불펜 투수들 중 가장 빛난 선수는 역시 차우찬(28·삼성)이다. 차우찬은 개막전에서 1실점 한 이후 4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든든한 허리 구실을 해냈다. 조별리그에서 멕시코 타자 8명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삼진도 모두 14개를 기록했다. 차우찬은 선 코치가 삼성 감독 시절 스카우트 팀에 요청해 직접 뽑은 선수다. 선 코치는 “내 마음속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MVP)는 차우찬”이라며 “8경기 내내 불펜에서 대기하면서도 싫은 소리 없이 묵묵히 제 몫을 다해 준 고마운 선수”라고 평했다.

대회는 끝났지만 차우찬은 귀국 이튿날인 23일 또다시 나라의 부름을 받았다. 기초 군사 훈련을 받기 위해 군부대에 입소한 것. 차우찬은 지난해 인천 아시아경기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았다. 차우찬은 “예전에 대표팀에 뽑혔을 때는 (경기에 나서지 못해) 응원한 기억밖에 없었다”고 웃으면서 “이번 대회를 통해 야구가 정말 재미있다고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선동열#프리미어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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