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中서 납치 장기밀매 위기 40대, 한중 신속 공조로 구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9일 10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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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남성이 밀린 수산물 대금을 갚지 않아 중국에서 납치돼 장기 밀매업자에게 넘겨질 뻔 했지만 한중 양국의 신속한 수사공조와 교민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풀려났다.

18일 경기 안산단원경찰서에 따르면 15일 오후 4시 반경 중국의 수산물을 수입해 국내에 판매하는 심모 씨(46)가 중국 웨이하이(威海)에서 괴한들에게 납치됐다. 그 뒤 심 씨는 경기 안산시에 사는 부인과 친척에게 전화를 걸어 “여권도 빼앗기고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감금돼 있다. 빨리 8000만 원을 마련해 납치범들이 요구하는 대로 안산에 있는 중국인에게 전달하라”고 부탁했다.

이에 심 씨의 부인과 친척은 “은행 영업시간도 끝났고, 당장 그 큰돈을 어디서 마련하느냐. 시간을 좀 달라”고 답변하자 납치범들은 “당장 빚의 일부라도 갚지 않으면 장기 밀매업자에게 넘기겠다”고 협박했다. 납치범들은 그 뒤에도 수차례 심 씨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 심 씨를 장기 밀매업자에게 보내겠다고 협박했고, 심 씨의 부인은 다급한 마음에 이날 오후 9시경 납치범들이 지정한 한국의 한 은행계좌로 200만 원을 송금했다.

앞서 심 씨의 부인이 남편의 납치 사실을 외교통상부 콜센터와 경찰에 신고함에 따라 이 사건을 통보받은 이강원 주칭다오영사관 영사(45·경감)는 심 씨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중국 통신회사와 공안에 요청했지만 야간이라서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 영사는 밤새 웨이하이한인회 등의 도움을 받아 낙지와 멍게 등을 인천에 수출하는 중국인들을 탐문한 끝에 조선족 S 씨(52·여)가 심 씨와 수산물을 수년째 거래해왔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S 씨가 보낸 수산물의 상태가 좋지 않아 심 씨가 대금을 주지 않은 사실도 확인했지만 S 씨는 휴대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 영사는 심 씨의 부인에게 남편과 수시로 통화 하며 납치범들을 안심시키도록 유도한 뒤 중국 정부에 S 씨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요청했다. 결국 웨이하이 공안국 형사대가 이튿날인 16일 오후 5시반 경 웨이하이 외곽의 감금장소를 덮쳐 심 씨를 무사히 구조하고, 납치범도 모두 붙잡았다. 이 영사는 “납치범들이 계속해서 돈을 요구하며 장기밀매업자에게 심 씨를 넘기려 하고 있던 상황에서 교민들이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을 줬다”며 “납치 사건의 전모는 현재 중국 공안에서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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