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도심 폭탄테러]불길, 고가도로 높이까지 치솟아… 100m 밖까지 폭발충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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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이 전한 참혹한 사고현장… 활기 넘치던 번화가 순간 지옥으로
곳곳에 시신… 화약 냄새로 가득차
사상자 중 중국인 20명 넘어 ‘中 겨냥한 테러 아니냐’ 지적도

방범 폐쇄회로(CC)TV에 잡힌 17일 태국 방콕 폭탄 테러 순간의 에라완 사원 주변 도로 모습. 태국 국영 방송사인 PBS TV가 18일 공개했다. PBS TV 캡처
방범 폐쇄회로(CC)TV에 잡힌 17일 태국 방콕 폭탄 테러 순간의 에라완 사원 주변 도로 모습. 태국 국영 방송사인 PBS TV가 18일 공개했다. PBS TV 캡처
‘섬광과 굉음 직후 누군가 몸을 확 떠미는 듯한 폭발력, 눈을 떠 보니 사지가 없는 사람들….’

외신 특파원들이 전하는 방콕 폭탄 테러 직후 현장은 아비규환이라는 말로도 모자랄 정도로 참혹했다. 밤사이 대부분의 큰 잔해는 치워졌으나 휴지와 쓰레기들이 뒹굴고 있었고 도로변에는 경찰 순찰차와 버스, 국내외 언론의 취재차량들로 붐볐다. 폭탄이 터진 랏차쁘라송 교차로 주변 대형 백화점, 쇼핑몰 문은 굳게 닫혔고 직원 출입만 허용돼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많은 인파로 활력이 넘치던 평소와 달리 공포가 흘렀다고 CNN은 전했다.

시간이 갈수록 폭발 현장을 지켜본 목격자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폭발의 위력은 예상보다 컸다. 18일 공개된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는 폭발과 함께 생긴 화염이 고가도로 높이까지 치솟는 장면이 담겨 있다. 경찰은 폭발의 여파가 수평으로 반경 100m까지 미쳤다고 밝혔다.

방콕 시내 인터콘티넨털 호텔 구름다리를 건너다가 폭발을 목격한 호주인 리피 포터 씨는 “갑자기 내 몸이 빨려 들어가는 것 같더니 다시 튕겨 나와 바닥으로 넘어졌고 다리 밑을 내려보니 불길과 함께 파편이 허공으로 높이 치솟았다”며 “폭발 지역에서 뛰어나오다 넘어지는 사람, 기어가는 사람들도 있었고, 팔다리가 사라진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에라완 사원 밖에서 동생을 기다리던 중 폭발을 지켜본 인도인 산지브 뱌스 씨는 “갑자기 굉음이 들리면서 누군가 갑자기 나를 확 떠미는 것 같았고, 강한 먼지 바람과 파편들이 날아왔다”며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폭발 현장 근처에 있다가 피신했던 리처드 스리쿠레자 씨는 “항상 사람들이 번잡했던 곳에서 폭탄이 터졌다. 사람들이 사방으로 달아나고 자동차는 모두 경적을 울리는 완전한 혼돈, 지옥이었다”고 말했다.

폭발 현장에는 하얀 천으로 덮인 시체가 곳곳에 있었다. 영국 국영방송 BBC의 제임스 세일스 프로듀서(PD)는 “도로는 화약 냄새로 가득했다. 현장에 가 보니 다친 사람들이 도로에 누워 있고 시체 한 구는 두 동강 나 있었다”고 전했다.

폭발을 지켜본 여행객들은 다른 폭발이나 테러가 이어질까 봐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폭발 현장 인근 레부아 호텔의 꼭대기 층 바에서 여동생과 굉음을 들은 영국인 타마 존슨 씨는 “창문으로 내려다보니 사람들이 뛰어다니고 도로에는 경찰차와 구급차가 가득했다”며 “또 다른 폭발테러가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에 밖에 나갈 생각도 못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18일 현재 부상자들이 몰려든 쭐랄롱꼰 기념 병원과 방콕 경찰 병원에는 혈액이 모자라 급히 헌혈자를 구하고 있다. 또 중국인 환자가 많아 중국어 통역사도 절실한 상황이다. 대학생 벤야빠위 응암따나끼차 씨(19)는 “중국어 통역과 O형 헌혈을 해주기 위해 20km를 달려왔다”고 말했다.

태국 경찰 당국은 테러가 일어난 에라완 사원 주변 반경 200∼300m 지점에 비상경계선을 쳐놓고 폭발물 잔해들을 조사했다. 치안 당국이 “현장 주변에 더이상 폭발물은 없다”고 발표했지만 시민과 관광객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이번 공격의 피해자 가운데 중국인 사상자가 다수 포함되면서 중국 내 일부에서는 중국인을 겨냥한 테러가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8일 보도했다. 이번 테러 사망자 21명 가운데는 중국 본토인 2명과 홍콩 거주자 2명이 포함됐으며 부상자 123명 중에도 20명 이상이 중국 국적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대형 포털 사이트 신랑왕(新浪網·시나닷컴)은 이날 “태국 정부가 최근 위구르인 100여 명을 중국으로 강제 송환한 것과 관련해 태국 정부의 친(親)중국 행각에 대해 대가를 치르게 하려는 보복 행위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며 “공격 장소가 중국인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에라완 사원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런 주장을 입증할 만한 증거는 하나도 없는 상황이라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이번 일은 그렇지 않아도 비틀대던 태국 경제에 직격탄을 날릴 것으로 전망된다. 관광 대국인 태국 여행 산업의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태국 금융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18일 세계 금융시장에 따르면 이날 달러 대비 태국 밧화 가치는 0.5% 떨어져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주식 시장도 흔들려 태국 SE지수는 2% 가까이 떨어졌다.

허진석 jameshuh@donga.com·전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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