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의 메모’로 남은 성완종 리스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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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중간수사 결과 발표
81일간 140명 조사 33곳 압수수색… 친박 핵심 6명 모두 ‘무혐의’
野 “진실규명 의지있나” 특검 요구… 與 “특검 마다할 이유 없어”

검찰이 4월 13일 대규모 특별수사팀을 꾸려 81일간 140명을 조사하고 33곳을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는 ‘예상대로’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 등 2명을 기소하는 데 그쳤다.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등 ‘친박근혜계’ 핵심 인사 6명을 모두 무혐의 처분한 반면 막바지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특별사면 의혹에 수사를 집중한 건 기계적 균형을 맞추기 위한 행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홍 지사와 이 전 총리는 기소됐지만 공소장에 담긴 범죄사실은 이례적으로 짤막하게 정리됐다. 홍 지사는 2011년 6월 중하순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707호)에서 윤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통해 신문지에 포장된 1억 원이 담긴 쇼핑백을 전달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홍 지사에게 전달된 돈은 윤 전 부사장의 아내가 홍 지사를 만나기 전날 자택에서 액수를 확인한 뒤 현금 다발을 두르고 있던 띠지를 고무줄로 바꿔서 묶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정계 진출을 위해 국회의원 총선 공천을 강하게 희망하고 있던 윤 전 부사장의 당시 처지 등에 비춰 ‘배달사고’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 전 총리는 2013년 4월 4일 오후 5시경 충남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선거 선거사무소에서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성 회장이 3000만 원을 담은 작은 박스를 종이로 포장한 뒤 다시 쇼핑백에 담아 건넨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대해 홍 지사는 “대선 자금 수사를 회피하려고 억지로 만든 이 사건에 대해 앞으로 무고함을 밝히겠다”고 밝혔고, 이 전 총리는 측근을 통해 “분통하고 억울한 일이 벌어진 만큼 법정에서 결백을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성 회장에게서 2억 원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을 무혐의 처분하면서 “성 회장이 대선 전후 인출한 ‘현장전도금’ 명목의 비자금은 1억8000만 원에 불과하고 사망 전 언론 인터뷰에서 언급한 것과 달리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이 합당한 2012년 10월 25일 이후에도 홍 의원과 성 회장이 사무실을 함께 사용한 적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검찰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 씨가 성 회장의 1, 2차 특별사면에 모두 개입해 이익을 챙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했다. 검찰은 경남기업 임원이었던 성 회장의 측근 김모 씨가 노 씨를 3차례 찾아가 사면을 부탁한 뒤 이듬해 공사 대금을 5억 원 증액해 준 부분을 청탁 대가로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노 씨 측은 “성 회장의 특별사면과 관련해 누구로부터도 청탁을 받은 일이 없어 금품을 받거나 이득을 얻은 일도 없다”며 검찰 수사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검찰 수사 결과를 강하게 비판하며 특별검사제 도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표는 “검찰에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특검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국민의 의혹이 해소되지 못한다면 새누리당이 특검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조건희 becom@donga.com·신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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