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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선거때면 조세감면 남발… 일몰기한 끝나도 연장 일쑤

입력 2015-07-03 03:00업데이트 2015-07-03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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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가계부 내가 챙긴다]
[4부 : 고장난 세금제도]<2>구멍 숭숭 뚫린 기업관련 세금
현행 기업 관련 세금은 각종 조세회피 행태로 인해 누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기업들은 가공으로 경비를 만들고 부당하게 공제·감면 혜택을 받는 방식으로 탈세 행위를 했다가 국세청으로부터 2600억 원(추징 건수 4652건)을 추징당했다. 여기에 불필요한 조세 감면으로 국가 재정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고, 글로벌 기업들은 국내에서 수조 원의 매출을 올리고도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실정이다.

○ 정치 논리에 연장되는 조세 감면

새정치민주연합 김우남 의원은 3월 19일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제주투자진흥지구 또는 제주자유무역지역에 입주한 기업에 대한 법인세 등의 감면 기한을 연장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조세 감면의 일몰이 올해 12월 31일로 다가오자 제주도가 지역구인 김 의원이 앞장서서 세제 지원의 일몰 기한을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정부는 중소기업 지원, 투자 촉진, 연구개발(R&D) 지원, 고용 창출 등 다양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업들의 세금을 깎아준다. 조세 감면을 통해 기업들은 매년 10조 원 남짓의 법인세를 절감한다. 기업에 대한 특혜인 만큼 정책 목표를 달성하면 조세 감면은 종료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한번 만들어진 조세 감면 규정을 폐지하기는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조세 감면을 받는 이들이 기득권을 형성해 폐지에 강력히 저항하는 탓이다. 여기에 정치적 논리가 개입돼 일몰 기한이 도래할 즈음 이를 연장하는 법안이 발의돼 정부 당국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규모가 크고 혜택이 많은 기업에 돌아가는 감면 규정일수록 폐지하기가 더욱 힘들다. 특히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세금을 깎아주는 선심성 법안들이 줄을 잇는다. 정부는 “비과세 감면의 경우 일몰이 도래하면 모두 끝내겠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실제 이것이 지켜질 것이라고 믿는 이는 많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예산안 통과를 위해 국회와 심의하는 과정에서 의원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전혀 모른 척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당초 기대한 정책 목표를 달성해 더이상 세제 지원이 필요 없음에도 계속 조세 감면 혜택이 주어질 경우 이는 곧 국가 재정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불필요한 조세 감면으로 새는 법인세만 줄여도 세수 결손의 상당 부분을 메울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 다국적 기업에 무력한 법인세

구글은 한국에서 연간 1조6000억여 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법인세를 내지 않는다. 세법상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는 경우 고정 사업장이 없는 것으로 간주돼 과세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구글의 한국법인인 구글코리아가 있지만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로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등록을 해 놓은 탓에 공시 의무가 없고 외부 감사 대상에서도 제외돼 사실상 세무당국의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국내에서 영업을 하는 많은 외국기업과 국내 일부 기업은 세율이 ‘0’에 가까운 조세피난처(tax haven)에 법인을 설립해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여러 나라에서 발생한 수익을 지적재산권이나 로열티 등의 명목으로 송금해 법인세 납부액 자체를 줄이는 식이다. 영국은 최근 구글 같은 다국적 기업이 자국에서 발생한 이익을 타국으로 이전할 경우 이전액의 25%에 해당하는 법인세를 부과하는 ‘구글세’를 도입했다.

외국 법인의 국내원천소득에 대해 법인세 부과를 위한 내부 논의와 국제적 협의가 필요하지만 한국에선 이제 겨우 공론화가 될 정도로 논의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 맞춤형 조세 지원은 요원한 상태

통계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따르면 한국은 한 해 동안 신생 기업이 탄생하거나(신생률) 사라지는 비율(소멸률)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다. 하지만 기업의 5년 생존율은 낮다. 그만큼 신생 기업이 창업한 뒤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서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기업이 창업을 넘어 성장과 수성, 그리고 사업 재편을 통한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선 각 시기에 맞는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의 기업 관련 세제 혜택과 자금 지원은 창업을 유도하는 데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

일례로 창업을 하는 순간 당장 창업기업지원 자금, 신성장기반 자금, 기술혁신개발사업 자금, 기술애로 멘토링지원사업 자금 등 40여 개에 이르는 정책자금이 뒤따른다. 올해 초에는 창업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에인절 투자자의 저변을 넓히겠다며 에인절 투자자의 투자금액이 1500만 원 이하인 경우 적용되는 소득공제율을 50%에서 100%로 확대했다.

반면 재계가 성장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과감한 규제 개혁과 함께 업종별 맞춤형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지만 특혜 시비를 우려한 정부는 선뜻 세제 지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사업 개편을 돕기 위해 정부는 일본의 원샷법을 벤치마킹한 ‘사업재편지원특별법’을 마련하고 있지만 당초 구상과 달리 원샷법의 적용 대상과 세제 혜택이 축소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인수합병(M&A) 시 주식 매각으로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이연(자산을 팔 때까지 세금 납부를 연기하는 제도)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지배주주 간 주식교환’의 경우에만 과세특례를 허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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