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제동 거는 ‘엘리엇’과 싱어 회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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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국가나 자국산업 망하건 말건 돈만 번다면 개의치 않을 투기펀드”
9년 추적해온 美탐사기자 밝혀

“그는 경제적 계산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 자연재해, 정치적 암살, 경제적 혼란을 이용해 돈을 번다. 추악한 정치의 힘을 빌려 돈을 버는 것이다.”

미국 탐사보도 전문기자 그레그 팰러스트는 25일 뉴욕 맨해튼에서 본보와 단독으로 가진 인터뷰에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폴 엘리엇 싱어 회장(사진)의 투자방식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싱어 회장의 행적을 9년간 취재하면서 얻은 결론이라고 했다. 특정 국가나 자국 산업이 망하건 말건 개의치 않을 사람이라는 것이다.

팰러스트 기자는 싱어 회장이 미국 제조업의 심장인 자동차산업이 궁지에 빠진 점을 이용해 1조 원을 챙긴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싱어 회장이 2008년 도산 위기에 빠진 제너럴모터스(GM)의 자회사인 델파이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거액을 챙겼으며, 그 여파로 일자리 3만5000개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팰러스트 기자는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하고 나선 것에 대해 “경제적 논리로 돈을 벌겠다는 게 아닐 것”이라면서 “(고용 등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한국식 경영 관행을 깨뜨린다면 새로운 주주 가치가 생긴다고 믿고 있다”며 “자신들이 개입해서 삼성 측에서 어떻게든 ‘특별한 보상’을 내놓도록 만들고 싶은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삼성물산 주식 매집을 통한 합병 반대도 장기적으로 갈 공산이 크다”고 경고했다.

엘리엇은 최근 다른 헤지펀드들의 표를 적극적으로 규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해외 헤지펀드인 메이슨 캐피털 매니지먼트도 최근 삼성물산 지분 2.2%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부형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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