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산에서 유럽까지 철도로 가는 꿈 포기할 수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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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중국 북한 동유럽 중앙아시아 등 28개 국가로 구성된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사장단 회의가 내일부터 사흘 동안 서울에서 개최된다. 참가자들은 남북한을 연결하는 한반도종단철도(TKR)를 공식 지지하는 ‘유라시아 철도 발전을 위한 서울 선언문’(가칭)을 채택할 예정이다. 서울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회의는 다음 달 OSJD 장관회의에서 한국이 정회원으로 가입하는 데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과 목포에서 출발한 열차가 북한 중국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이동하는 것은 한국의 오랜 꿈이다. 남북한 철도가 유라시아 철도와 연결되면 한국은 대륙으로부터 섬처럼 고립되어 있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고, 아시아와 유럽과의 교류 협력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 한국과 유럽을 오가는 수출입 상품들은 부산과 인천항에서 출발해 멀리 인도와 아프리카를 돌아가지 않고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곧바로 유럽으로 갈 수 있게 된다.

유라시아 철도에서 유일하게 단절된 구간은 TKR다. 북한이 TKR를 받아들이지 않는 한 우리가 중국횡단철도(TC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통해 유럽까지 가는 구상은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난해 4월 평양에서 열린 OSJD 회의에서 북한은 이번 회의의 서울 개최를 반대하지 않았다. 올해 4월에는 러시아의 유연탄을 철도로 북한 나진항으로 운반한 뒤 선박에 실어 한국의 당진 광양 보령으로 가져오는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2차 시범운영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도 했다.

OSJD는 대륙철도의 운행 표준을 만들고 선로를 배분하는 실무 조직이다. 한국의 TKR가 대륙철도와 연결되려면 OSJD 회원국과의 제도적 기술적 조정이 필수다. 유라시아 철도는 해당 국가 전체에 정치 경제 문화적 이익을 안기게 된다. 한국 정부와 코레일은 회원국들이 남북 철도 연결을 적극 지원하도록 우호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한중 교류 확대와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대륙을 오가는 인력과 물동량이 크게 증가했다. 한국과 중국을 직접 연결하는 해저터널을 건설하거나 한중 열차페리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시점이다. 북한의 변화를 바라는 것보다 한국 인천과 중국 웨이하이 사이의 바다 밑에 터널을 건설하는 것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 유라시아 철도와 함께 대륙과 직접 연결할 다양한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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