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미네이터’ 차두리가 A매치 76경기를 끝으로 대표팀 활동에 마침표를 찍었다. 차두리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 오른쪽 수비수로 선발 출전해 43분간 그라운드를 누비다 교체된 후 하프타임 때 국가대표 은퇴식을 치렀다.
이날 주장으로 선발로 나선 그는 전반 42분 김창수(가시와 레이솔)와 교체됐다. 왼팔에 차고 있던 주장 완장을 기성용(스완지시티)에게 전한 차두리는 중앙선 부근에서 기다리고 있던 손흥민(레버쿠젠)과 포옹을 한 뒤 울리 슈틸리케 감독 등과 일일이 포옹했다. 3만3514명의 관중은 차두리가 그라운드에서 나갈 때까지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어 전반전이 끝난 뒤 차두리의 은퇴식이 열렸다. 다시 그라운드에 나타난 차두리는 자신의 대표팀 활약상을 담은 헌정영상이 전광판에 나오자 애써 울음을 참으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영상이 끝나자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안았다. 그는 아버지 차범근 전 수원 삼성 감독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렸다.
차두리는 “내가 한 것 이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잘하지는 못했지만 열심히 애를 썼다”고 은퇴 소감을 전했다.
차두리는 은퇴식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린 이유에 대해 “팬들의 고맙다는 메시지를 봤을 때 제가 한 것 이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 그것에 대해 정말 감사하고 한편으로는 부끄럽고 미안했다. 나는 참 너무나 행복한 축구선수라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아버지 차범근이 은퇴식에 나타났을 때의 기분에 대해 차두리는 “아버지께서 운동장에 왔을 때는 여러 생각이 교차했던 것 같다”며 “아버지를 보고 아버지 명성에 도전을 했던 것 같다. 아버지보다 잘하고 싶었고 잘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현실의 벽을 느끼게 됐고 그때부터 내가 축구를 즐겁고 행복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어 “아까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보는데 여러 가지 기분이 들었다. 한편으로 큰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아 홀가분했다”면서도 “아버지의 아성에 도전했는데 실패한 것에 대한 자책, 아쉬움이 남았다. 조금 밉더라. 정말 축구를 잘하는 아버지를 둬서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근처에 가지 못하니 그것에 대한 속상함도 있었다. 그래도 아버지는 내가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차두리는 아버지 차범근에 대해 “축구적으로 모든 것을 닮고 싶은 사람이었다. 한편으로는 날 가장 잘 알고 경기 전후에 나에게 경기 어떻게 하라고 알맞게 지시해주시는 분이다”라며 “또 아버지로서 항상 사랑으로 제가 힘들 때 보듬어주셨다. 일, 사생활 등 모든 것을 아버지와 함께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복이다”라고 아버지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차두리는 가장 기억에 남는 감독으로는 거스 히딩크 감독을,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는 아시안컵 8강 우즈베크전을 꼽았다.
지도자 계획에 대해서는 “일단 서울이 3연패 했다. 지금은 팀 성적이 나게끔 죽으라 뛰는 게 나을 것 같다. 그 이후 차차 앞날에 대해 생각해보겠다. 자격증은 몇 년 걸리더라도 독일에 가서 지도자 자격증을 따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체격이 좋다는 데 반해 기술이 좋지 못하다는 지적에 대해 차두리는 “얼마 전 기사 댓글을 봤는데 ‘피지컬은 아버지, 발은 어머니’라고 달려 있더라. 댓글을 보고 기분이 나빠야 하는데 공감이 가더라”면서 웃음을 지었다.
이어 “기술이 화려하고 뛰어난 선수는 아닌 게 확실하다. 대신 다른 데 장점이 있는 선수”라면서 “단점을 보고 선수 평가하지 말고 장점 보면서 축구를 봐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차두리는 현재 축구 인생을 스코어로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3-5 그대로다”라고 답했다. 그는 몇 년 전 인터뷰에서 축구 인생을 스코어로 비교할 때 3-5로 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차두리는 “3-5 그대로지만 대신 골대 두 번 정도 맞힌 게임이다. 아쉬움이 약간 남는다. 타이틀이 남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지나고 보면 얼마나 우승하느냐, 이기느냐가 남는다. 한편으로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아시안컵 결승, FA컵 결승 등 매해 타이틀 딸 수 있는 마지막 단계까지 올라간 점은 뿌듯하지만 결국 빈손이었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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