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분의 독서로 삶이 변할 수 있다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6일 15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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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한 표현이지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하지만 최근 만난 사단법인 ‘행복한아침독서’ 한상수 이사장(50)의 열정은 10년 째 변함없는 듯 보였다. 그는 2005년 3월부터 아침독서운동 보급과 함께 10년 동안 4000여개의 학급에 도서 16만권을 기증해왔다. 이 운동은 1교시 시작 전 10분 간 학생들이 교사와 함께 각자 원하는 책을 스스로 읽는 프로그램이다.

하루 10분에 얼마나 독서가 가능할까? “10분 만에 하루치 독서를 다 하는 것이 아니라 10분 읽다가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면 일과 중이나 집에서도 책을 읽고 TV는 덜 보고…. 그렇게 삶이 변하는 겁니다.”

이 운동은 숙제용, 입시용 독후감을 쓰기 위해 책을 읽는 기존 독서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것이다. “아이들이 책이 주는 재미를 스스로 깨우치길 바란 거죠. 학교 도서관이 아닌 개별 학급에 책을 보급한 이유도 아이들 가까이 책을 두기 위한 겁니다.”

한 이사장은 독서 잡지 발간과 기업 후원 등을 통해 이 운동을 펼쳐 왔으며 6월에는 1만여 권을 각 학급에 보낼 계획이다.

그는 이 운동이 ‘모두 함께’ ‘매일’ ‘좋아하는 책을’ ‘그냥 읽는다’는 4대 원칙을 지켜왔다고 했다. 10년 동안 아이들이 ‘아침독서 때문에 학교에 오는 것이 즐겁다’고 말할 때가 가장 기뻤다. “10대들은 순수하고 호기심이 많아 책 읽는 것을 좋아할 수밖에 없어요. 책을 안 읽는 것은 환경 탓이 커요. 그런 측면에서 10년을 맞는 현재가 가장 위기라고 봅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 결과 초중고 아침독서 실시율은 2010년 55.4%에서 2013년 69.6%로 높아졌다. 하지만 2015년 현재 이 비율은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스마트폰 보급이 크게 늘어난 데다 지난해 9월 실시된 9시 등교제가 확대되면서 아침독서 시행 학교가 줄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아이들의 삶을 말 그대로 ‘지배’하고 있어요. 카톡과 게임에 정신 팔리는 차원을 넘어 사고력 자체가 저하되고 있습니다. 책 속 글자를 읽을 수는 있지만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많아졌어요. 다른 게 ‘문맹’이겠습니까?”

그는 “독서 시간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책을 읽으면 대리경험을 하면서 타인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요. 서울 강남에서 자라 특목고와 명문대를 나와 사회지도층이 됐는데도 약자에 대한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잖아요. 미국 실리콘밸리 일대 학교에서는 독서를 강조하고 스마트 기기를 배제합니다. 학생들 대부분 애플 등 실리콘밸리 임직원 자녀들인데도 말이죠.”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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