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명… 난감…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왼쪽 사진)가 9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같은 날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난감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다. 변영욱 cut@donga.com·홍진환 기자
9일 국회에서 열린 유일호(재선·서울 송파을) 국토교통부,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3선·부산 서)의 인사청문회에서는 이들의 20대 총선 출마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웠다. 새누리당 의원인 두 후보자가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려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일 90일 전(내년 1월 14일)에는 장관직을 사퇴해야 한다. 이 경우 장관 임기는 최대 10개월에 그친다. 야당 의원들과 일부 여당 의원들의 집중적인 질의가 쏟아졌지만 두 후보자는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청문회 직후 곧바로 유기준 후보자에 대한 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남은 절차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식 임명뿐이다. 국토교통위원회는 10일 오전 전체회의에서 유일호 후보자 청문보고서를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 야당 “시한부 장관 아니냐”
유일호 후보자 청문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이언주 의원은 “(장관으로서) 해결해야 할 현안이 많은데 (출마하려면) 장관직을 고사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유일호 후보자는 “만약 출마를 하면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제도의 기초는 단기간에도 만들어 놓을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총선 출마 여부는 고민 중”이라면서도 “출마나 불출마 여부보다 (장관직을) 열심히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농해수위의 유기준 후보자 청문회에서 새정치연합 황주홍 의원은 “10개월 장관직을 수행하고 내년 총선에 출마하면 본인 경력 관리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해수부 차원에서는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기준 후보자는 “정치 일정은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 “장관의 임기는 임면권자의 의지에 달린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비켜갔다.
다만 ‘사퇴 시한이 다 됐을 때 대통령이 더 도와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두 후보자의 답변은 달랐다. 유기준 후보자는 “미래의 가정에 대해 답변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반면 유일호 후보자는 “당연히 국토부 장관 업무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불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 내년 총선에 앞서 터질 ‘시한폭탄’?
현재 새누리당 현역 의원 출신 내각 구성원은 4명이다. 이완구 국무총리,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을 비롯해 이날 청문회를 마친 두 후보자가 임명되면 내각의 3분의 1이 현역 의원 출신인 ‘의원내각’이 된다.
여권은 이들이 모두 연쇄 사퇴하고 총선에 출마하는 최악의 경우 또다시 개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새 내각 인선의 성패에 총선 결과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야당이 총력전을 펼치게 될 인사청문회 역시 여권으로서는 껄끄럽기만 하다. “잘해도 본전인 ‘시한폭탄’을 떠안은 셈”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런 점을 의식한 듯 ‘경력 쌓기용’ 장관은 안 된다며 압박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달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혁에 성공하지 못하면 (당으로) 돌아올 생각하지 말라”며 뼈 있는 말을 남겼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