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평등하던 인류, 집단경쟁이 불평등 불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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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창조/켄트 플래너리, 조이스 마커스 지음/하윤숙 옮김/1004쪽·3만8000원·미지북스

빈부격차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신분 상승 사다리가 끊어진 사회. 한국뿐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겪는 전 세계적 현상이다.

불평등 문제에 시사점을 주려는 듯 이 책은 “인류는 원래 불평등할 수밖에 없는 존재일까”라는 화두를 던진다.

미국 인류고고학자 켄트 플래너리 미시간대 교수와 조이스 마커스 미시간대 사회진화학 교수는 기원전 1만5000년부터 20세기 초까지의 방대한 고고학, 인류학 자료를 통해 평등했던 사회에서 왜 불평등이 발생했는지, 불평등이 어떻게 제도화됐는지 등 불평등의 기원을 탐구한다.

문헌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수많은 고고학 유적과 유물을 토대로 글을 전개해 현장감이 살아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결론부터 거칠게 말하면 인류는 평등했다. 불평등은 인간 사회에 내재된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농경사회의 발생 등 외부 환경 변화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한 것도 아니었다. 기원전 1만5000년경 인류는 대가족보다는 소규모 집단을 이루며 먹이를 찾아다녔다. 잉여 식량이 없다 보니 집단 스스로 특정 개인이 재산을 축적하지 못하게 했다. 알래스카 에스키모나 남아프리카 쿵족은 지금도 이 전통이 남아있다. 특정 사냥꾼이 우월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화살을 바꾸어 사용할 정도다.

문제는 조직이 커지면서부터. 소집단이 대가족이 되고 씨족으로 합쳐져 촌락사회로 발전하면서 인류의 세계관에 ‘우리’와 ‘저들’이란 심리가 자리 잡혔다. 자치권을 지키기 위해 집단과 집단이 경쟁하면서 우열이 드러났고 불평등으로 이어졌다. 현 인류의 조상인 호모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과의 경쟁에서 이긴 것도 ‘집단을 이루는 힘’이 더 강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사회 안정화와 개인의 야심도 불평등을 강화시켰다. 먹고살 것이 부족한 사회에서는 능력자가 남보다 우위에 설 수 없다.

하지만 농경의 발달로 식량 축적이 가능해져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자 우위에 서려는 개인의 욕망이 표출됐다.

이들은 사회 시스템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변화시켰다. 평등 사회에서는 초자연적 존재가 가장 위에 있고 그 밑은 모두 평등했다. 특정 가문이나 개인은 이 점을 이용해 “나는 초자연적인 존재와 연결된 존재”라고 주장하면서 격차를 만들었다. 불만을 가진 사람은 재물을 나눠줘 무마시켰고 집단 내에 “저 사람(집안)은 우리에 비해 높은 영혼의 후손”이라는 생각을 퍼뜨렸다.

이에 세습 사회는 점차 계층 사회로 변화했고 기원전 5500년경 남아프리카, 인도 북쪽 등에 왕국이 등장하면서 불평등 사회 시스템이 굳어진 것. 역사적으로 볼 때 지위 세습에 저항하면 평등 사회가 유지됐고 그러지 않으면 불평등 사회가 심화됐다. 불평등이 나날이 심화되는 오늘, 책의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독자의 몫이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빈부격차#불평등의 창조#집단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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