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검이 어제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건과 관련해 국토교통부 김모 조사관을 체포했다. 15년간 대한항공에서 근무하다 2002년 국토부로 이직한 그는 대한항공 여모 상무에게 조사보고서 내용을 통째로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여 상무와 휴대전화로 30여 차례 통화하고 주고받은 10여 개의 문자메시지를 삭제한 사실도 국토부 특별감사 결과 드러났다. 김 조사관과 친분이 두터운 여 상무는 직원들에게 최초 상황보고 이메일을 삭제하라고 지시하고 거짓 진술을 강요한 인물이다.
땅콩 회항 사건에 대한 조사 초기부터 대한항공 임직원들은 조직적인 사건 축소와 은폐에 나섰다. 사건 당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의해 비행기에서 내렸던 박창진 사무장은 “회사로부터 국토부 조사 담당자들이 대한항공 출신이므로 짜고 치는 고스톱일 것이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그런데도 국토부 측은 조사단에 대한항공 출신 감독관 2명이 포함돼 조사가 공정치 않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하려는 사명감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가 확대되고 국회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의 추궁이 없었더라면 국토부의 뒤늦은 특별감사와 김 조사관에 대한 수사 의뢰 조치가 이뤄졌을지 의문이다.
국토부에 똬리를 튼 이른바 ‘칼피아(KAL 출신+마피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정부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 국토부의 항공안전감독관 16명 가운데 14명, 운항자격심사관 11명 가운데 7명이 칼피아다. 국토부 1차 조사 때 조 전 부사장의 폭행 여부나 ‘램프 리턴’(비행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는 일) 경위를 밝히지 못한 것도 칼피아의 봐주기 조사 때문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관피아가 공무원이 산하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에 낙하산으로 내려가는 전관예우식 부패라면, 칼피아가 공직으로 옮겨가 친정을 봐주는 것 역시 사익을 위해 공직을 이용하는 부패다.
검찰은 김 조사관 이외에 다른 조사관들이 연루됐는지도 철저하게 수사해 유착 관계의 전모를 밝혀내야 한다. 정부는 항공 분야의 특수성 때문에 칼피아가 불가피하다고 변명만 늘어놓을 일이 아니다. 관경(官經) 유착의 폐해를 바로잡을 방도를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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