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구조개혁, 외환위기 18년만에 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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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경제정책/노동―여성]

박근혜 정부 집권 3년 차를 맞는 내년에 정부가 노동, 교육, 금융, 공공 등 4대 핵심 분야에 대해 대대적인 개혁에 나서기로 한 것은 경제 분야의 적폐(積弊)들을 해결하지 않고는 더이상 경제의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18년 만에 대수술을 예고한 노동시장 개혁은 한국 경제구조 개혁의 성패를 가를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도성장기에 구축된 철옹성 같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칸막이를 낮추지 않고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선순환 구조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저유가에 따른 ‘역(逆)오일쇼크’ 등 내년 세계경제가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뒤늦게 닻을 내린 경제구조 개혁의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 노동시장 개혁으로 경제 체질 개선

22일 정부가 내놓은 ‘2015년 경제정책방향’은 구조개혁에 방점이 찍혀 있다. 지난해 내놓은 46조 원 이상의 경기부양 패키지를 추진하는 동시에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 개선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분야는 노동시장 개혁이다. 정부가 이날 밝힌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방향은 임금, 근로시간 및 근로계약의 불합리한 규정을 고쳐 노동유연성을 높이고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29일 발표될 예정인 구체적인 방안에는 저(低)성과 정규직에 대한 해고요건 합리화와 현재 2년으로 규정된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용기한 연장, 파견근로 업종 확대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 지원을 확대하고 상시·지속 업무를 맡은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정부는 또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가 감소되는 만큼 잠재성장률 하락을 막기 위해 ‘휴먼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외국 인재를 유치할 수 있도록 비자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전문직 등 우수 외국 인력이 한국에 1년만 체류해도 영주 자격을 주고 조선족 등 재외동포에 대한 취업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이다. 다만 무분별한 저임금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을 막기 위해 10년 이상 과도하게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존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부담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를 학교와 연계해 양성함으로써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가 줄도록 하는 교육개혁, 금융권 보신주의를 깨기 위한 금융개혁 방안 등도 경제정책방향에 담겼다.

이 밖에도 정부는 내년 상반기에 ‘관광인프라 확충 방안’을 마련해 발표한다. 최근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으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주도해온 경복궁 옆 칼호텔 건립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지만 일자리 창출을 위한 도심 관광인프라 확충은 이 사건과는 별개로 보고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또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을 제정해 해외에 진출하거나 해외환자를 유치하는 의료기관에 수출 중소기업 수준의 정책금융을 지원할 방침이다.

○ “방향 맞지만 실현 가능성 의문”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놓은 구조개혁의 방향에 대해서는 대부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금융개혁을 통해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실물경제로 이어질 수 있는 통로를 확충하는 동시에 노동, 교육 개혁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가계소득을 높이면 침체된 경제심리가 회복돼 갈수록 하락하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내년이면 임기 3년 차로 반환점을 도는 상황에서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 등 파괴력이 큰 개혁을 완수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정부가 많은 개혁안을 한번에 내놓은 데 대해 “너무 섣부른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당정회의가 끝난 뒤 “집권 첫해에 마련돼야 할 개혁조치들이 망라됐을 정도로 매우 의욕적인 조치”라면서도 “저항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등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될 조짐을 보이는 점도 경제 구조개혁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내년에는 대외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문병기 weappon@donga.com / 이재명 기자
#구조개혁#외환위기#경제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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