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문건유출 수사, 1차로 정보분실 경찰관들 조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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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문건’ 파문]
해당 경찰관 PC-휴대전화 확보… 사무실서 복사-유포된 흔적 조사
靑 내부자 소행 여부도 확인나서

분주해진 檢 검
찰 수사관들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왼쪽 사진). 대검 특수부는 ‘정윤회 문건’ 
작성자로 지목된 박모 경정이 근무하는 서울 도봉경찰서(오른쪽 위 사진)와 박 경정의 자택도 압수수색해 노트북컴퓨터 등을 압수했다.
 전영한 scoopjyh@donga.com·홍진환 기자·뉴시스
분주해진 檢 검 찰 수사관들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왼쪽 사진). 대검 특수부는 ‘정윤회 문건’ 작성자로 지목된 박모 경정이 근무하는 서울 도봉경찰서(오른쪽 위 사진)와 박 경정의 자택도 압수수색해 노트북컴퓨터 등을 압수했다. 전영한 scoopjyh@donga.com·홍진환 기자·뉴시스
청와대가 세계일보를 고소한 지 닷새 만인 3일 검찰이 ‘정윤회 동향보고서’ 문건 작성자인 박모 경정(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과 동료 경찰관의 자택, 서울도봉경찰서와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 등을 동시에 압수수색한 것은 1차적인 유출 경로를 어느 정도 파악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관련 자료와 참고인 조사 결과 이 문건을 비롯한 청와대 내부 보고서들이 박 경정을 거쳐 다른 경찰관을 통해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 경정은 청와대 행정관 파견 해제가 되기 전에 자신이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장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하고 미리 이곳에 두 상자 분량의 짐을 보냈다. 외근 정보경찰 10여 명이 근무하는 정보1분실은 각종 범죄 첩보 및 국회와 정부 정책, 경제 관련 정보를 수집 생산하는 곳이다. 나중에 박 경정이 아닌 다른 사람이 분실장으로 발령이 났지만 그 사이 이 사무실에 근무하던 경찰관이 박 경정의 보고서를 무단 복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박 경정이 다른 동료 경찰관에게 문건을 건네주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외부에 유출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때문에 검찰은 이날 박 경정이 현재 근무 중인 서울 도봉경찰서 정보보안과장실 외에 정보1분실 직원이었던 최모, 한모 경위 등의 자택과 사무실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개인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휴대전화를 복원해 이들이 박 경정 또는 외부인사와 연락을 주고받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다. 검찰은 또 정보1분실 내부에 폐쇄회로(CC)TV가 있는지도 점검했다. 검찰 관계자는 “문건이 여기에 실제로 있었는지, 이를 활용해 복사 등 다른 작업을 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은 ‘정윤회 동향 보고서’ 외에 제2, 3의 문건들이 은닉됐을 곳으로 추정되는 장소의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이날 검찰은 박 경정의 승용차나 자택 내부에 문서를 보관할 만한 곳이 있는지 샅샅이 확인했다고 한다.

검찰은 압수수색 직후 정보1분실 직원인 최 경위, 한 경위와 서울도봉경찰서 직원인 임모 경위 등 경찰관 3명을 임의 동행 형식으로 불러 조사했다. 박 경정을 4일 조사하기에 앞서 이들로부터 구체적인 문서 유출 과정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검찰은 박 경정과 그의 상관이었던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이 추정하는 ‘제3의 청와대 내부자→청와대 파견 검찰 수사관→경찰’이라는 유출 경로의 진위도 동시에 확인하고 있지만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정보1분실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문건 유출 과정에 박 경정 외에 다른 경찰관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커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수사를 시작하자마자 검찰이 정보1분실 직원을 임의 동행한 것을 보면 내사가 충분히 진행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앞서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이 1일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힌 대로 정보1분실 직원들은 사무실에서 검찰 수사관의 물음에 답하거나 자료를 건네주는 등 압수수색에 협조했지만 표정들은 침통했다.

이건혁 gun@donga.com·조건희 기자
#문건유출#정보분실#정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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