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착각 男재수생, 여학생 사이 ‘청일점’ 시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2015학년도 수능 이모저모]10년만에 소년원 시험… 23명 치러
시계 깜박한 학생에 경찰이 빌려줘

13일 치러진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한 남자 수험생이 학교 위치를 착각해 여자 수험생들 사이에서 ‘청일점’ 시험을 치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날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지역 고교를 졸업한 재수생 홍모 군(19)은 시험을 보기 위해 경기 광명시에 있는 광문고를 찾았다. 그러나 이 시험장은 여학생들을 위한 곳. 시험장 관리본부가 확인한 결과, 홍 군의 실제 시험장은 서울 강동구에 있는 광문고였다. 홍 군이 학교 이름만 보고 시험장 위치를 착각한 것이었다. 도교육청 수능 종합상황실은 입실 완료시간이 10여 분 남은 상황에서 홍 군이 제시간에 서울 광문고로 이동할 수 없다고 판단해 광명 광문고에서 시험을 보도록 했다. 홍 군은 여학생들 틈에서 1교시 시험을 치른 뒤, 2교시부터 감독관이 있는 별도의 교실에서 홀로 시험을 봤다.

이번 수능에서는 10년 만에 소년원 시험이 부활하기도 했다. 올해 처음으로 수능시험장으로 지정된 경기 의왕시 서울소년원 고봉중고등학교에서는 소년원생 23명이 시험을 치렀다. 생활관에 머물던 원생들은 시험 시간에 맞춰 교육관인 고봉중고 건물 1층 시험실에 입실했다. 고시장 안팎에는 감독관 8명 등 본부요원 23명이 있었고 다른 시험장과 마찬가지로 지역 경찰 2명도 배치됐다. 지난해까지 10명 미만이 수능 응시를 희망했던 서울소년원은 올해부터 수능 준비반을 만들어가며 진학교육에 힘썼다. 소년원 수능시험장 지정은 2004년 안산예술종합학교(현재 폐교) 지정 이후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서울 중구 이화외고 앞에서는 깜빡 잊고 시계를 가져오지 않은 여자 수험생 10여 명이 인근 편의점을 돌며 일명 ‘수능시계’를 찾아다니기도 했다. 또 자녀가 시계를 가져오지 않은 한 학부모는 학교 근처에서 교통정리를 하던 경찰관에게 시계를 빌려 자녀에게 건네기도 했다. 이 학부모는 경찰관에게 연신 “고맙다”고 인사하며 연락처를 받아갔다. 강원 원주시에서는 수험표를 두고 와 시험을 포기하려던 수험생 김모 양(18)을 경찰관이 설득해 시험관리본부에서 수험표를 재발급해 시험장에 들어가게 한 일도 있었다.

서울 은평구 은평고에서는 이번 수능 최고령 수험생인 조희옥 씨(81·여)가 시험을 치러 화제가 됐다. 현재 일성여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조 씨는 일제강점기 당시 봉제공장에 다니며 생계를 유지하느라 학업의 꿈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홍구 windup@donga.com·황성호 기자
#수능#재수생#소년원#대학수학능력시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