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장관이 직접 FTA협상… 30개월만에 타결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내주 APEC회담때 합의선언 가능성

한중 정상회담을 일주일 정도 앞두고 양국이 2년 6개월을 끌어온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을 전격 시도한다. 전문가들은 중국 베이징에서 9일부터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맞춰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양자 정상회담에서 협상 종료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FTA 협상으로는 이례적으로 양국은 6일부터 열리는 14차 협상에 통상장관인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가오후청(高虎城) 중국 상무부장이 수석대표로 나서 한국의 농산물 개방, 중국의 공산품 개방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일괄 타결에 나선다. 하지만 양국 정상회담을 일주일여 앞둔 현재까지도 상품 분야의 접점을 좀처럼 찾지 못해 협상 타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 “한국 실질 GDP 3% 증가 효과”

협상을 앞둔 분위기는 좋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7월 3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한중 FTA의 연내 타결을 위한 노력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당시 박 대통령은 “양국 간 내수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한중 FTA를 통해 안정적 통상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양국은 이미 올 초부터 11월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협상 타결을 목표로 작업을 진행해 왔다. 정부가 공식적으로는 난항을 겪고 있다고 밝히지만, 물밑에서는 이미 개별 품목의 관세 철폐 기간 등을 두고 세부 조율에 나선 상황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과거 FTA 협상의 전례를 보면 막판에 최고위층의 정무적 결단으로 협상이 타결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협상의 결론이 날 것이라는 낙관적 분위기가 높다”고 말했다.

한중 FTA가 타결되면 한국은 중국의 13억 인구를 내수시장으로 활용할 길이 열린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중 FTA가 타결되면 그로부터 10년 뒤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3%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자동차(최대 20%), 화장품(5%), 유아용 분유(5%), 석유화학제품(평균 3.9%) 등의 관세 하락으로 한국산 제품의 수출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 한국 농산물-중국 공산품 개방 관건

한중 양국은 2012년 5월 1차 협상을 시작한 이후 13차례에 걸친 공식 협상을 통해 FTA 조약문서의 절반 이상을 이미 만들었다. 협정문을 구성할 22개 장(章) 가운데 △전자상거래 △무역구제 △위생·검역 △분쟁해결 등 8개장은 이미 의견 조율이 끝났고 △통관 △지적재산권 등 8개 분야는 사실상 서명만 남겨두고 있다.

다만 주요 상품의 관세 철폐 수준과 기간을 두고는 양국 간 견해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한국은 디스플레이 등 고부가가치 정보기술(IT) 기기와 자동차 등의 조기 관세 철폐를 주장하고 있지만 중국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또 중국이 관세 인하를 요구하는 주요 농산물에 대해 한국은 최소 10년 이상 관세율을 일정 수준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농수산물 품목별로 최대 300% 이상의 관세율을 유지하는 지금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마당에 관세율이 낮아질 경우 한국인의 ‘식탁’을 잠식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중국 역시 경제성장률이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를 마냥 방치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은 농산물 관세율을 섣불리 낮췄다가 농민들이 거세게 반발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측의 요구대로 고추, 양파, 마늘, 참깨 등 밭작물을 비롯한 주요 농산품의 관세 조기 철폐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 농민들에게 미칠 타격은 한미, 한-유럽연합(EU) FTA보다도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우태희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주요 쟁점에 대한 논의도 ‘5분 능선’을 넘은 상태이지만 우리로서는 농산물 시장에 관해서는 양보할 수 없다”며 “중국 측의 통 큰 양보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한중 정상회담#FTA#APEC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