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담뱃값 오를 때 돈 벌 수 있는 세 번의 기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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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용 기자의 죽을 때까지 월급받고 싶다]

홍수용 기자
홍수용 기자
담뱃값 인상은 돈을 벌 기회다.

먼저 흡연자에게 2가지 면에서 돈 벌 기회가 된다. 첫째 기회는 담뱃값을 저축으로 돌리는 것이다. ‘그까짓 것 얼마나 된다고’ 하겠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다. 한국인 하루 흡연량인 16개비를 돈으로 환산하면 1개월에 6만833원을 적금에 넣을 수 있다. 직장생활을 막 시작한 20대 후반 직장인이 은퇴 시점인 50대 후반까지 30년 동안 담뱃값을 연 2.5%짜리 적금에 불입하면 이자에 이자가 붙어 3098만 원을 모을 수 있다.

두 번째 기회는 흡연자가 암에 걸릴 때 쓰게 되는 치료비를 아껴 얻는 간접적인 이익이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암 환자의 첫 1년간 진료비는 2008년 기준 평균 1159만 원이었다. 투병 기간에 비례해 이 비용은 늘어난다.

여기서 자세히 알아볼 세 번째 기회는 담뱃값이 오르면 전체 물가도 오르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물가연동국채(물가채)’에 투자하는 방법이다. 담뱃값과 물가의 관계를 보면 ‘단일 품목이 전체 물가에 이렇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나’ 하고 놀라게 된다. 담뱃값은 소비자물가를 구성하는 480개 품목 중 상위 20위의 비중(0.77%)을 차지한다. 이 담뱃값이 2000원 오르면 물가가 0.62%포인트 오른다. 현재 1% 후반대인 물가 상승률을 단번에 2% 중반대로 끌어올리는 셈이다. 이걸로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물가가 2, 3년 누적으로 5% 정도 오를 때 다시 담뱃값을 그만큼씩 올리는 물가연동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요즘 부자들은 이런 ‘담뱃값 인상→물가 인상→담뱃값 인상’의 연결고리에 주목하고 물가에 따라 원금이 불어나는 물가채를 투자 바구니에 담으려 한다. 일반적으로 채권은 보통 기관투자가들의 전유물로 알려져 있다. 개미들은 기껏해야 채권형 펀드에 투자하는 정도다. 이와 달리 물가채는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한도는 10억 원이지만 최소 매입액이 10만 원이어서 샐러리맨도 투자할 수 있다.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 박태근 씨 말을 빌리면 수백만 원씩 투자하는 앞서가는 개인이 많다.

물가채는 이자가 붙는 구조와 세제 면에서 국고채보다 매력적이다. 명칭에서 대략 알 수 있듯 물가채의 원금과 이자지급액은 물가에 따라 달라진다. 물가가 오른 만큼 원금이 늘어나고 이렇게 불어난 원금에 이자가 붙는다. 예를 들어 물가채 1000만 원어치를 샀는데 물가가 2% 오르면 원금은 1020만 원이 된다. 여기에 물가채에 당초 약정돼 있는 이자가 적용된다. 무엇보다 원금 상승분에 대해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물가채 1000만 원어치를 산 뒤 10년 동안 물가가 20% 올라 원금이 1200만 원이 되면 200만 원에 대해서는 세금을 전혀 내지 않고 원금 1200만 원에 더해진 이자에만 세금을 낸다. 주의하라. 원금 상승분은 올해까지만 비과세이고 내년부터는 과세 대상으로 바뀐다.

아이러니하게도, 물가채의 위험 요인은 물가다. 물가가 오르지 않으면 원금이 상승하지 않으니 별 재미를 못 본다. 전문가들의 물가 전망을 들어보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환율, 유가, 경기 등 변수가 많아서이다. 실제 세계 물가 동향도 뒤죽박죽이다. 각국 중앙은행은 태생적으로 물가 안정을 목표로 하는데 최근 일본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은 물가가 오르는 반면 미국과 유로 지역 국가들은 물가가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동조화 현상이 없어진 것이다.

한국이 최근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담뱃값 인상, 대규모 재정 투입, 기업의 이익을 가계로 흘려보내는 세제 등은 모두 궁극적으로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정책들이다. 인플레이션이 생기면 채무자가 지고 있는 빚의 실질가치가 줄어들기 때문에 정부로선 1000조 원이 넘는 가계부채 부담을 다소 덜 수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국회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 2.5∼3.5% 목표치에 너무 집착했다”고 반성한 것도 향후 금리정책이 물가 상승을 용인하는 쪽으로 흐를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처럼 정부가 물가를 자극하는 정책을 펴도 경제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물가도 오르지 않을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최근호를 보면 중국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810억 달러를 풀었어도 개인이나 기업들은 돈을 빌리지 않으려 한다. 한국에도 확장적 정책이 먹히지 않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분명한 점은 개인이든, 기업이든, 펀드매니저든 모든 투자자에게 물가는 도전과제라는 것이다. 물가가 오르는 만큼 투자 수익이 나지 않으면 원금을 까먹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물가채는 이런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쉬운 길이다.

신규 물가채를 살 기회는 앞으로 10, 11, 12월 등 3차례 있다. 증권사 객장에 가서 PB를 찾으면 투자 방법을 안내받을 수 있다. 입찰은 매월 셋째 주 월요일에 한다. 청약은 그 전주 금요일부터 가능하다. 삼성 대우 대신 대우 교보 동부 동양 신한금융투자 우리투자 한국투자 한화 현대 SK증권 등 증권사 영업점에서 계좌를 만들어 응찰할 수 있다.

물가채 투자를 실천에 옮기는 것과 별개로 담뱃값 인상을 계기로 배울 교훈 한 가지는 ‘사회적 이슈의 행간을 읽고 대응하라’이다. 다시 말해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을 얼마나 낮출지 논쟁하는 것보다 이미 대세로 다가온 변화를 활용할 방법을 찾아 실천하라. 이 습관이 당신이 투자의 세계에서 한발 앞서게끔 돕는다.

홍수용 기자
#담뱃값#저축#치료비#물가연동국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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