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타이틀 방어 기뻐… 결혼준비도 잘할 것 같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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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신부’ 박인비 인터뷰

어떤 상황에서도 좀처럼 표정 변화가 없던 그도 이번만큼은 흥분을 감출 수 없는 듯했다. 늘 잔잔했던 목소리가 소프라노처럼 올라가더니 가볍게 떨리기까지 했다. 남다른 승리의 감격은 컸다.

“타이틀 방어는 처음이잖아요. 골프 인생에서 해본 적이 없었기에 새로운 세상에 들어간 것 같아요.” 18일 미국 뉴욕 주 피츠퍼드에서 끝난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에서 2연패를 달성한 박인비는 다음 대회가 열리는 캐나다 런던으로 이동하던 중 휴대전화를 받았다. 약혼자이자 스윙 코치인 남기협 씨가 운전하는 렌터카에 둘만 타고 있다는 박인비는 “행사가 너무 늦게 끝나 저녁 먹을 시간이 없었다. 한국인 한 분이 주신 김밥을 먹었다”며 웃었다. 우승의 기쁨에 평생의 반려자와 함께하고 있으니 뭔들 맛이 없었을까. 그의 목소리에서 행복이 듬뿍 묻어 나왔다.

10월 13일 경기 파주시 서원밸리골프장에서 결혼하는 박인비는 이번 대회 기간 절친한 동료인 쩡야니(대만)와 펑산산(중국) 등에게 청첩장(사진)을 돌렸다. “올 상반기에 못했던 메이저 우승을 하반기에 하고 싶었는데 그 목표를 이뤘어요. 마음의 부담을 덜고 더 기쁘게 결혼 준비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욕심 같아서는 앞으로 1, 2승 더 하고 싶기도 하고요.”

지난해 상반기에만 6승을 거뒀던 박인비는 올 시즌에는 퍼트 감각이 살아나지 않아 애를 먹었다. “올해에만 퍼터를 네 번 바꿨어요. 최근 쓰기 시작한 일자 퍼터는 원래 예민해서 안 쓰던 모델인데 파격적으로 모험을 한 거예요. 차라리 다소 둔감한 반달형 퍼터보다 (일자 퍼터를 쓰면) 내 실수가 확연히 드러날 수 있어 고치기도 쉽다고 봤죠.” 박인비는 지난달 말 친한 후배인 유소연이 쓰던 일자 퍼터를 시험 사용해본 뒤 퍼터를 교체했다. 그는 지난주 메이어 클래식에서 비록 연장 끝에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새 연장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결정적인 퍼팅이 안 들어갔다면 우승의 기회는 없었을 거예요. 장타자에게 유리한 환경으로 바뀌고 있어 퍼팅이 더욱 중요해졌죠.”

올 시즌 LPGA투어 메이저 대회는 코스가 길어지고 페어웨이가 넓어진 데다 러프도 별로 없어 장타자들의 전성시대다.

지난해 박인비가 메이저 3연승의 대기록을 달성한 영향도 있다. 올 들어서는 이날 박인비가 트로피를 들기 전까지 미국 선수들이 메이저 3연승을 기록했다. 그래도 박인비는 의연했다. “미국투어인데 미국 선수 위주인 건 당연한지도 몰라요. 헤쳐 나가야죠. 경험이 쌓이면 단단해집니다.” 이날 긴박한 연장전에서 상대 선수 브리타니 린시컴의 얼굴에서 긴장감을 읽으며 오히려 안정을 찾았다는 박인비. 그는 역시 별명처럼 ‘침묵의 암살자’였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LPGA 챔피언십#박인비#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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