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 불로 지져도 고작 벌금 300만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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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윤일병을 구하라]軍 가혹행위, 처벌은 솜방망이

경기 남양주의 한 부대에서 근무하던 A 씨는 지난해 전역하자마자 자신을 괴롭혔던 선임병 김모 씨를 고소했다. 1년 전 생활관 후임병들에게 폭력을 일삼던 김 씨는 A 씨와 단둘이 있는 시간엔 더 포악해졌다. 그는 2012년 10월 부대 정신교육 시간에는 “심심하다”며 자신의 지포라이터를 켠 뒤 A 씨의 발바닥을 10∼20초 동안 지졌다. 11월 전투지휘검열 기간에는 A 씨에게 방독면을 강제로 씌운 뒤 수십 초 동안 구멍을 막아 숨을 못 쉬게 했다. 김 씨는 군내 가혹행위 혐의로 기소됐지만 창원지법은 지난해 6월 “범행이 중대하지 않다”며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군내 가혹행위 사건에 대한 법원의 처벌이 지나치게 온정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 군·형법상 병사들 상호 간 가혹행위에 대한 법정 형량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불과하다.

5일 본보가 입수한 군 폭력 관련 판결문에 따르면 가혹행위는 수법의 잔혹성이 ‘고문’에 가까웠지만 처벌은 벌금형과 집행유예에 그쳤다.

2012년 7월 이등병이던 B 씨는 혼자 PX(군부대 매점)에 갔다는 이유로 강제로 침상에 눕혀진 뒤 선임병에게 발뒤꿈치로 성기를 구타당했다. 선임병은 B 씨에게 “달리기를 못한다”며 발로 얼굴과 가슴을 상습적으로 때리고 목검으로 어깨와 배를 찌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청주지법은 “선임병의 죄질이 무겁지만 B 씨와 합의했고 나이가 어리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C 씨는 흡연실에서 살짝 몸이 닿은 선임병에게 사과를 안 했다는 이유로 이후 생활관에서 상습적인 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 그럼에도 서울중앙지법은 올해 6월 20일 폭력을 행사한 선임병 2명에게 모두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이 밖에도 서울고법은 2010년 10월 D 씨를 폭행한 선임병에 대해 “피고인도 후임병 시절 선임으로부터 비슷한 형태로 폭행을 당한 이후 타성에 젖어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을 들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수원지법은 지난해 10월 후임병들에게 일일식단표를 외우도록 강요하고 못 외우면 1시간씩 폭언을 한 선임병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후임병 중 E 씨가 가혹행위를 적은 유서를 남기고 자살까지 했지만 법원은 “후임병들이 사람으로서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윤일병 사건#군 가혹행위#선임병 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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