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 반군, 시신 200구-블랙박스 넘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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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EU, 러 블랙리스트 확대 논의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말레이시아항공 MH17 여객기 격추에 대한 러시아의 책임을 묻기 위해 러시아 무기 금수 및 주요 인물 블랙리스트 확대 같은 고강도 제재 방안을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는 EU 외교장관들이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시신 인도 이후 러시아 제재 방안을 논의했다고 22일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는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 이후 서방과 미국이 내놓은 러시아 고위 인사 블랙리스트를 72명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이 논의됐다. 이 리스트에 오른 러시아인들은 제재 시행 국가로의 입국이 금지된다.

필립 해먼드 영국 외교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반군을 지원했기 때문에 여객기 피격 사건이 발생했다. 무기 금수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전날 “러시아에 인도 예정인 군함 거래를 취소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프랑스는 미스트랄급 수륙양용 군함 2척을 러시아에 수출하는 계약을 맺은 상태여서 제재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교장관은 “보다 높은 강도의 제재를 외교적 수단과 함께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외교-제재 병행 방안을 내놓았다.

이에 앞서 서방의 강한 압박에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추락 현장에서 수습된 시신과 블랙박스를 네덜란드와 국제조사단에 각각 넘겼다.

로이터통신은 여객기 피격으로 숨진 298명 중 약 200구의 시신을 실은 냉동열차가 반군이 장악한 토레즈를 떠나 우크라이나 정부 관할지역인 하리코프로 이동했다고 22일 보도했다. 하리코프에 도착한 시신은 23일경 최다 희생자가 발생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항공편을 통해 옮겨진다. 반군은 추락 현장에서 수거한 여객기 블랙박스도 이날 오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전달하는 조건으로 말레이시아 조사단에 넘겼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MH17이 지대공 미사일에 피격됐다는 증거가 담긴 사진을 최초로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FT는 약 1m² 크기의 사고기 동체 잔해 가운데에 큰 구멍이 뚫려 있고 주변에 작은 구멍과 그을린 자국이 있는 사진을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분석했다. 그 결과 미사일 탄두의 파편을 맞은 흔적이 확인됐다고 FT는 전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분석가 더글러스 배리 씨는 “사진 증거는 미사일 시스템에서 흔히 사용되는 비산형 고폭탄두 폭발에서 나타나는 손상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미국#유럽연합#말레이시아항공 격추#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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