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 시신 251구 냉동열차 보관… 일각 “협상 인질로 이용하나”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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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機 미사일 피격]
국제조사단에 인계 계속 미뤄… 말레이 총리 “시신 28일까지 넘겨라”

298명이 숨진 말레이시아항공 MH17 여객기 피격 현장에서 희생자들의 시신이 속속 수습되고 있으나 국제조사단의 현장 접근이 통제돼 신원 확인에 애를 먹고 있다. 특히 친(親)러시아 반군들이 수습된 시신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있어 “시신을 인질로 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들판에 흩어져 파리 떼가 들끓던 희생자 시신은 다섯 량의 회색 냉동열차에 나뉘어 실렸다. 아르세니 야체뉴크 우크라이나 총리는 이날까지 모두 272구의 시신을 수습했고 이 중 251구가 냉동열차에 실렸다고 밝혔다. 수습된 시신 수는 탑승객 298명의 91%에 이르는 수치다.

수습된 시신들을 넘겨받아 냉동열차에 싣고 있는 반군은 국제조사단에 이 시신들을 넘기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조사단이 다 오지 않았다”며 인계를 계속 미루고 있다. 이 때문에 반군이 시신들을 도네츠크 또는 마리우폴 등으로 옮길 것이라는 소문도 난무하고 있다.

사고 현장에 말레이시아 합동조사단 133명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조사단원 30명이 와 있지만 반군의 통제 때문에 자유롭게 활동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반군은 21일 네덜란드의 법의학자들에게는 수습된 시신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네덜란드는 이번 사고로 가장 많은 193명이 숨졌다. 네덜란드 법의학자들은 추락 현장에서 15km 떨어진 토레즈에서 냉동열차에 올라가 시신들의 보존 상태를 점검했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라마단(이슬람교의 단식 기간)이 끝나는 28일까지 신원이 확인된 자국 희생자 시신을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라작 총리는 단식 집회를 마치면서 “우리는 희생자들이 낯선 땅에 머물러 있는 상황을 용인할 수 없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비행기 사고로 아들을 잃은 한 네덜란드 여성의 호소도 안타까움을 더했다. 실레너 프레드릭스후흐잔트 씨는 아들 브라이스(23)와 그의 여자친구 데이지(20)를 이번 사고로 잃었다. 프레드릭스후흐잔트 씨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내가 정치인은 아니지만 푸틴이 뭔가 해줄 수 있다는 것은 안다. 제발 내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 달라”며 울부짖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파리=전승훈 특파원
#반군#말레이시아#국제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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