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활]카스트로의 두 얼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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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이 1976년 사망할 때까지 22년간 주치의였던 리즈쑤이(李志綏) 박사의 회고록 ‘마오쩌둥의 사생활’은 왜곡된 마오 신화를 깨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리즈쑤이는 혁명 동지들을 포함해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문화혁명과 대약진운동의 실패에도 아랑곳 않고 권력 유지와 개인 향락에 집착한 마오의 감춰진 모습을 폭로했다. 마오를 옆에서 오래 지켜보면서 환멸과 절망만 느낀 그는 “마오의 독재로 희생된 수많은 영혼과 자유를 소중히 여기는 모든 이들을 위해 책을 썼다”고 털어놓았다.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는 한때 마오쩌둥과 함께 많은 세계 지식인과 젊은이들의 심장을 뛰게 했다. 1959년 쿠바 혁명으로 집권한 그는 2008년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동생에게 넘겼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최고 권력자다. 공식 행사 때 ‘카스트로 패션’으로 불리는 낡은 남색 군복을 즐겨 입고 “가난한 쿠바 국민과 똑같이 검소하게 생활한다”는 선전을 되풀이했다.

▷카스트로의 경호원을 지낸 후안 산체스의 최근 저서 ‘피델 카스트로의 숨겨진 삶’은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산체스가 목격한 카스트로는 값비싼 목재로 만든 요트를 타고 호화 별장을 찾아가길 즐겼다. 시가 상자 속에는 담배 대신 다이아몬드를 숨겼고, 남미 마약 조직들의 마약 밀매를 도와 돈벌이를 했다. 여비서, 비행기 승무원, 통역사와의 사이에 9명의 혼외 자식도 두었다.

▷공산 독재국가 권력층은 베트남의 호찌민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예외 없이 겉으로 보여주는 모습과 실제 생활 사이에 괴리가 컸다. 견제를 받지 않는 권력이어서 부패와 타락은 더 심했다. 지금도 극좌 이념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리즈쑤이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 “대중이 고통 속에서 죽어가는 동안 공산당 지도자들은 사치와 향락에 빠져 있었다. 공산주의자들은 ‘인민이 하늘’이라고 입에 발린 소리를 늘어놓았지만 인민들은 얼굴 없는 무력한 노예에 불과했다. 공산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새로운 세상은 과거의 그 어떤 사회보다도 추악하고 포악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마오쩌둥#카스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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