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꾀병이라고요? 오해로 더 괴로운 ‘섬유근육통’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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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일병원

고도일 고도일병원장(왼쪽)이 섬유근육통 환자에게 치료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고도일병원 제공
고도일 고도일병원장(왼쪽)이 섬유근육통 환자에게 치료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고도일병원 제공
“온몸이 결리고 아파요.”

직장인 김모 씨(30)는 최근 1년 동안 어깨가 딱딱하고 아파 일을 할 수 없었다. 병원에서 근육을 푸는 주사를 맞아도 사흘이 지나면 다시 어깨가 아닌 다른 부위가 아파왔다. 증세가 심해지면서 배가 아프고 소화마저 잘 안됐다.

여러 병원을 다녀도 뚜렷한 답을 얻지 못했던 김 씨는 한 병원에서 스트레스와 수면장애가 원인인 ‘섬유근육통 증후군(FMS·Fibromyalgia Syndrom)’이란 진단을 받고 정신과에서 쓰는 약을 먹으면서 치료받고 있다.

섬유근육통은 온몸의 근육이 아프고 쉽게 피로해지는 병이다. 전체 인구의 12% 정도가 평생 한 번은 섬유근육통을 겪을 정도로 흔한 병이지만, 혈액 검사에서 잘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각종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타나지 않아 주위 사람들로부터 꾀병으로 의심받는 경우도 있다. 우울증도 30%에서 동반된다. 때문에 여러 병원을 전전하고도 진단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의 경우 환자가 700만∼1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여성이 남성보다 20배 정도 많으며 여성도 20, 30대에서 주로 나타난다.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뇌의 세로토닌 대사 감소, 스트레스에 대한 부신피질 호르몬의 분비 감소, 통증에 대한 민감도 증가, 자율 신경 기능 이상 등 다양한 원인이 지목되고 있다. 즉, 우리 몸 안에 있는 신경 전달 호르몬과 통증 전달 물질에 이상이 생겨서 발생한다는 얘기다. 유전적 이유, 감염 등이 원인이라는 학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섬유근육통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주로 뒷목이 뻐근하고 어깨뼈, 허리, 무릎 등이 아프다. 잦은 두통, 손 저림, 만성 피로, 기억력 및 집중력 감퇴, 생리통 악화 등 여러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여성은 생리 전 심한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미국류머티즘학회는 몸에서 통증을 민감하게 느끼는 18곳 가운데 11곳 이상이 아플 때 섬유근육통으로 진단한다.

일반적으로는 진통제로 통증을 억제하는 방법을 쓴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는 일시적인 통증 감소 효과 정도만 볼 수 있다. 통증이 심한 경우 약 용량의 증가로 인한 부작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에는 다양한 섬유근육통 치료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체내 영양소 및 미네랄 불균형을 조절해 주는 통증 면역주사 △자기장으로 뇌를 자극하여 통증을 완화시키는 신경 전달 물질을 분비하도록 도와주는 TMS 요법 △통증 부위의 주변 인대를 강화해 근육을 이완시켜 주는 말초 인대 강화주사요법 △뭉친 근육을 이완시키고 림프, 혈액 순환을 개선해 피로물질을 배출시키는 도수치료(재활치료) 등이다.

다양한 섬유근육통 치료를 진행하고 있는 고도일 고도일병원장은 “섬유근육통 환자들은 진단을 받아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만성 통증이 있는 환자는 통증 전문의의 적절한 진료를 받고 통증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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