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급할때… 청해진 직원은 화물량 전산조작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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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적량 다운시켜야” 180여t 축소… 컨테이너 일부, 고정장치 설치안해
다판다 대표-해운조합 간부 영장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직원들이 배의 침몰 사실을 접하고도 승객 구조 지원은 뒷전으로 한 채 세월호의 화물 적재량 전산기록을 조작하는 등 사건 은폐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김모 씨(44·체포) 등 청해진해운 물류팀 직원 2명이 16일 오전 9시 38분부터 본사의 전산기록을 조작해 세월호 적재 화물량 180여 t을 축소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1일 밝혔다. 김 씨 등은 16일 오전 9시 3분부터 9시 37분까지 선장 이준석(69·구속), 1등 항해사 강원식 씨(42·구속)와 6차례 휴대전화로 통화하며 세월호 침몰 상황을 들었다.

그 직후 과적이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지목될 것으로 예상되자 김 씨 등은 청해진해운 인천 본사와 제주 사무실에서 동시에 적재 화물량 축소조작에 나섰다. 제주 사무실 직원 박모 씨가 김 씨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이 심각하게 흘러가니 과적량을 다운시키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했고, 김 씨는 “안 그래도 (화물적재업체인) 우련통운에 점검하라고 했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다시 통화해 화물량을 줄인 사실을 서로 확인했다. 이때는 수백 명의 승객이 여전히 배 안에서 구조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긴박한 때였다. 세월호의 선원들이 승객들을 버리고 탈출하는 동안 육지의 선사 직원은 증거인멸에 나서는 총체적 모럴해저드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합수부는 이날 물류팀 직원 김 씨와 청해진해운 해무담당이사 안모 씨(59·체포)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합수부 수사 결과 세월호는 15일 인천항을 출항할 때 적재화물을 규정대로 고정시키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침몰 당시 선수에 쌓여 있던 컨테이너 30∼40개는 네 곳의 귀퉁이 구멍(콘)에 설치해야 할 고정장치(T트러스트 록)가 2개밖에 없었다. 일부는 아예 고정장치가 없었다.

한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의 최측근 7인방 중 1명인 송국빈 다판다 대표(62)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등으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 인천지검은 해운사에 보험금을 지급하면서 2000만 원대의 뒷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체포한 한국해운조합 사업본부장 고모 씨와 돈을 건넨 S손해사정 대표 최모 씨에 대해 1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목포=이형주 peneye09@donga.com   

인천=장관석 기자

#세월호 참사#청해진해운#화물량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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