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기부금 5억 낼테니 교통비 5만원 빌려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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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지가 행세 노인 경인교대서 사기
다른 대학서도 비슷한 일 벌어져

“기부금 5억 원을 내겠습니다.”

지난달 25일 오전 인천 계양구에 있는 경인교대 대외협력처 사무실에 평범한 복장에 발음이 또렷하지 않은 한 노인이 찾아왔다. 자신을 ‘84세 임모 씨’라고 소개한 노인은 후학 양성에 써달라며 거액의 기부를 제안했다. 노인은 이 돈이 인천 강화군 인삼밭을 처분해 생긴 것이며 “언론에는 절대로 알리지 말고 기부 행사도 필요 없고 부인의 이름으로 장학금을 만들어 달라” 등 구체적인 요구를 덧붙였다.

학교 관계자들은 노인을 모시고 교내 견학을 하고 기부 절차를 설명하는 등 극진히 대접했다. 한 시간 넘는 면담을 마치고 추후 기탁을 약속한 노인은 “지금 현금이 없어서 그러니 교통비로 5만 원만 빌려 달라”고 부탁했다. 학교 관계자는 아무런 의심 없이 돈을 줬으나 얼마 뒤 노인과 연락이 두절됐다. 알려준 휴대전화 번호도 엉뚱한 것이었다.

학교 관계자는 노인이 알려준 주소인 경기 양주시로 찾아갔으나 그곳에는 논밭만 펼쳐져 있었다. 해당 면사무소 관계자는 “다른 대학에서도 임모 노인을 찾는 문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졌지만 해당 대학들은 피해 금액이 적어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이다. 경인교대 관계자는 “이제는 기부금을 주겠다는 선의의 제안도 일단 의심하게 됐다”며 씁쓸해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기부금#교통비#경인교대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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