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산업응용수학회 차기 회장인 마리아 에스테반 프랑스 국립과학원 응용수학연구소장은 수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수학자들이 연구실을 벗어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스테반 소장은 13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수학과 창조경제 포럼’에 참석해 이 같은 내용의 기조연설을 했다. 이날 미래창조과학부와 교육부는 올해 8월 전 세계 5000여 명의 수학자가 모이는 기초과학 분야 최대 학술대회인 세계수학자대회(ICM 2014)의 국내 유치를 기념하기 위해 ‘2014 한국 수학의 해 선포식’도 함께 열었다.
에스테반 소장은 수학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산업수학’ 육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산업수학은 새로운 제품을 설계·제조하는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분야로, 기존의 응용수학보다 실용성이 훨씬 강조된 학문이다. 공학자가 이미 존재하는 수학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한다면, 수학자는 새로운 문제 해결의 틀을 개발하거나 변경하고, 개발한 틀의 옳고 그름을 판정한다.

에스테반 소장은 산업수학은 학문 간 융합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산업 분야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 때문에 여러 분야의 융합이 필요하죠. 과거 수학자들은 응용 물리학이나 화학 등 다른 분야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연구 시간을 뺏기는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산업수학은 수학자들이 충분히 에너지를 투입할 만한 분야입니다.”
○ 수학 발전을 위해서는 대중화가 필수
선진국들이 산업 현장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학자들을 고용하고, 수학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의 산업수학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어린아이 수준이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이해하고, 지난해 11월 국가수리과학연구소(NIMS) 내에 ‘수학원리응용센터(CAMP)’를 설치했다.
에스테반 소장은 “산업수학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연구개발(R&D)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의 R&D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응용 성격이 강한 산업수학의 특성상 학계에서도 다른 분야처럼 논문 편수에 따라 연구성과를 평가해서는 안 되며, 산업수학만의 평가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그는 산업수학은 수학 전반의 발전 동력이라 할 수 있는 대중화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프랑스에도 CAMP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AFIES’가 있습니다. 기업의 생산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수학으로 풀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대중과의 접점을 강화하고 있을 겁니다. 수학이 대중화되기 어려운 이유는 성과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인데, 산업수학은 실생활에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사람들의 공감을 일으킬 수 있을 겁니다.”
한편 이날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수학의 역할’이라는 주제 강연을 맡은 김화선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사장은 “1960년대 옛 소련이 세계 최초의 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하자 미국은 큰 충격에 빠졌다”며 “미국 정부가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낸 것이 수학과 과학 교육의 개편이었는데, 그 결과가 이후 50년 동안 미국의 성장 동력이 됐다”며 국가 중장기 과학 발전에 수학 교육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최새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saemi@donga.com